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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마당에 꽃피다
김선태
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누군가 빈집을 사들여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울며 맨발로 뛰쳐나왔던 내 발자국 위에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환하다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깨꽃 메밀꽃 어우러졌다
불화의 기억 속으로 화해가 스민 것인가
가만히 귀 기울이니 식구들 웃음소리 들린다
폭력의 아버지도 눈물의 어머니도
뿔뿔이 흩어졌던 형제들도 모두들 돌아와
마당에 꽃으로 웃고 있다
슬며시 옛집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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