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옛집 마당에 꽃피다

솔뫼들 2024. 7.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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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집 마당에 꽃피다

                                           김선태

 

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누군가 빈집을 사들여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울며 맨발로 뛰쳐나왔던 내 발자국 위에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환하다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깨꽃 메밀꽃 어우러졌다

 

불화의 기억 속으로 화해가 스민 것인가

 

가만히 귀 기울이니 식구들 웃음소리 들린다

폭력의 아버지도 눈물의 어머니도

뿔뿔이 흩어졌던 형제들도 모두들 돌아와

마당에 꽃으로 웃고 있다

 

슬며시 옛집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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