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제주도 여행 넷째날 (1) - 마라도

솔뫼들 2024. 2. 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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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역시 아침에 일어나 한라산 정보를 확인한다.

부분통제라고 되어 있다.

어차피 백록담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겠군.

한라산둘레길은 갈 수 있을까 찾아보니 여기는 아예 전면통제라고 한다.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되기는 쉽지 않겠지.

그냥 마음 편히 놀자.

 

 그래서 대안으로 마라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나는 초행길이고 친구는 오래 전에 한번 다녀왔다고 한다.

마라도행 여객선 타는 곳을 보니 가파도에 갔던 운진항과 송악산 근처에 한 군데 더 있다.

오전 9시 20분에 송악산 부근에서 출항하고, 운진항에는 오전 9시 40분 출항하는 여객선이 있다.

늑장을 부리다 보니 배 출발시간에 맞추기가 촉박하겠네.

 

  시간적으로 송악산은 불가능해 보여 운진항으로 달린다.

그나마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운진항에 도착해 친구가 주차를 하는 동안 내가 먼저 차에서 내려 매표소로 달려간다.

운좋게 왕복 표를 구매했는데  오전 11시 50분 배로 나오라고 한다.

왜 그렇게 여유없이 나오라 하느냐 물으니 마라도는 좁아서 그 정도면 한 바퀴 실컷 돌아본다나.

예습을 안 한 티가 금세 나는군.

 

 

 마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 섬으로 상징성을 갖고 있어서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다.

마라도는 제주도에서 11km 떨어진, 고구마 모양 섬으로 제423호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 곳이다.

섬의 면적이 10만평이라고 하는데 나무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본래 숲이 무성했는데 1883년 영세농민이 개간 허가를 받아 화전을 일구면서 나무가 사라졌다고 하네.

이주민 중 한 명이 달밤에  퉁소를 불다가 뱀들이 몰려들자 불을 질러 숲을 모두 태워버린 후 뱀과 개구리가 사라졌단다.

현재도 마라도에는 뱀과 개구리가 없다고 한다.

 

 바로 여객선에 올랐다.

오늘은 제주도에 온 후로 처음 날씨가 화창하다.

기분까지 좋아지는 느낌이다.

눈 때문에 한라산 산행 계획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풍랑이 심하거나 안개가 끼면 우도나 마라도에 가는 것도 불가능하니 이 정도면 날씨가 괜찮은 셈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잠시 눈을 감는다.

배를 타기까지 서두르느라 정신이 없어서 쉬고 싶었다.

 

 30분 정도 되어 마라도 선착장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배에서 보는 마라도 풍경이 궁금해 얼른 바깥으로 나가 본다.

 

 배에서 내리니 마라도 섬 모양을 한 표지석이 보인다.

바다에서 독립적으로 분화된 섬이라는 말이 관심을 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남쪽이니 기후도 다르겠지.

난대성  해양 동식물이 다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라도에 한 발 내딛는다.

오른쪽으로 한 바퀴 순환하는 길을 따라 걷기로 한다.

아무리 해안선을 따라 걸어도 채 2km도 되지 않겠는걸.

 

 해변을 따라 조금 걸어가자 할망당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애기업개에 대한 슬픈 전설이 내려오고 있어 애기업개당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옛날에 모슬포 해녀들이 여자아이인 애기업개를 데리고 물질하러 마라도에 들어왔다.

그런데 식량이 다 떨어지고 모슬포로 돌아갈 걱정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밤 한 해녀가 꿈을 꾸었다.

섬을 떠날 때에 애기업개를 놔두고 떠나지 않으면 모두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꿈이었다.

할 수 없이 모슬포로 떠나던 날 애기업개에게 심부름을 시키고는 모두 배를 타고 떠나오고 말았다.

이듬해에 다시 물질을 하러 가보니 애기업개는 해녀들을 애타게 기다리다 죽어서 백골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해녀들은 자신들 때문에 희생된 애기업개를 위해 당을 짓고 1년에 한번씩 제를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마른 잔디가 발에 밟히는 느낌을 즐기면서 해안가를 걷는다.

높은 구름이 뜬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 눈을 한층 시원하게 해 준다.

며칠 내리 비가 오고 흐린 날씨에 여행을 해서 그런지 썬그라스를 찾아 써야 하는 날씨가 반갑네.

 

 해안 절벽이 있어 바닷가로 내려설 수는 없지만 천천히 걸으며 풍광을 즐긴다.

정말 가파도처럼 마라도는 납작한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눈에 멀리 있는 나지막한 건물들이 다 들어온다.

기분 탓인지 바닷가 팔각정도 예쁘고, 대합실까지 한 폭 풍경화이다.

 

 

 왼편으로는 상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 이 작은 섬에 편의점도 있구만.

50명이 약간 넘게 상주한다는 주민들보다는 여행객을 위한 것이겠지만 문명의 상징 같아서일까 조금은 생뚱맞아 보인다.

 

 오래 전 마라도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텔레비전 광고 덕분에 마라도는 모름지기 '짜장면 섬'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이 '짜장면 시키신 분?'으로 마라도를 기억하다 보니 마라도에 짜장면집이 무려 열 군데가 넘는다나.

그래도 돼지고기가 아닌 해산물을 이용해 짜장면을 만들어 맛이 괜찮다고 알려져 있다.

우도에서 톳을 이용한 짜장면이 맛이 좋았던 것처럼.

그래도 이 작은 섬에 맛이 비슷비슷한 짜장면집이 그리 많다는 건 특징 없는 관광지 전형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