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렸다.
곳곳에 보랏빛 옷을 입은 사람들과 보랏빛 장신구를 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다리도 보랏빛, 지붕도 보랏빛, 꽃도 보랏빛, 사람도 보랏빛이다.
심지어 한때는 비닐하우스도 보라색으로 칠했다던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들어 섬을 둘러본다.
온통 보랏빛 세상에 담겨 있는 느낌이 드는군.
퍼플섬은 UN 세계 관광기구에서 최우수관광 마을로 선정한 섬이다.
퍼플섬은 반월도와 박지도 두 섬을 합해서 이르는 말인데 이 섬에는 예부터 보랏빛 도라지꽃과 꿀풀이 많이 피었다고 한다.
여기에 착안해 섬 주민들이 사시사철 보랏빛 꽃을 볼 수 있도록 라벤더, 버들마편초, 아스타 등을 심었고 하나의 섬에 하나의 색깔을 입히는 신안군의 정책에 따라 자연스레 퍼플섬이 되었다고 한다.
퍼플교는 평생을 박지도에서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가 '두 발로 걸어서 육지로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신안군에 전해서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접한 군청에서 두리 선착장과 박지도, 반월도에 1004m에 이르는 木橋를 놓음으로써 섬들이 연결되었다.
이번에는 패키지 여행을 왔으니 가이드가 보는 앞에서 매표소는 통과.
반월도로 들어가는 다리 위를 걷는다.
반월도는 섬의 모양이 사방 어디에서 보나 반달 모양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앙증맞게 생긴 반달 모양의 조형물이 맞아주는 섬 반월도.
이름도 생김새도 예쁘지 않은가.
연휴를 맞아 쏟아져나온 사람들로 다리는 북적인다.
다른 사람을 피해 사진을 찍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군.
그래도 틈틈이 셔터를 누른다.
바다와 갯벌, 보라색 다리와 거기에 하나된 나와 친구 모습을 담기 위해.
다리로 들어섰다.
바로 옆에 물이 찰랑찰랑 한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나도 반월도로 가는 다리를 건너간다.
곳곳에 아스타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 앞에는 어디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다리를 건너자 퍼플박스미디어 아트 전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전시는 따로 돈을 내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시간 여유가 없다.
카트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도 된다는데 멀쩡한 다리 두고 그건 취향이 아니지.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까 생각하며 들길로 들어섰는데 평범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박지도까지 돌아보아야 하니 시계를 보고는 그것도 생략이다.
드문드문 연보랏빛 꽃이 보이기에 주변을 보니 버들마편초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아하! 여름에 퍼플섬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꽃이 바로 버들마편초라고 했지.
설렁설렁 경치 구경에, 사람 구경에 눈이 바쁘다.
연휴를 맞아 지난 주말에는 퍼플섬을 찾은 사람이 무려 8000명이나 되었다던가.
이 작은 공간에 정말 방문객이 많구나 싶다.
'칼라 마케팅'이 확실히 성공한 예로 교과서에도 실릴 것 같다.
BTS 뷔가 만들어낸 ' I PURPLE YOU' 덕분에 퍼플섬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걸 알려주는 조형물도 있다.
정말 BTS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BTS는 퍼플섬을 다녀가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세계의 많은 K-팝 팬이 퍼플섬을 궁금해 할 것 같다.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퍼플섬 홍보가 된 것이니 BTS 뷔에게 감사장이라고 주어야 하지 않을까.
걷다 보니 생텍쥐뻬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와 어린왕자 조형물이 보인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저절로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어린왕자의 내용이 기억난다.
후후! 어린왕자도 보라색 옷을 입었군.
젊은 친구들이 사진을 찍고 난 후 나도 여우 등에 앉아 어린왕자와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잠깐이지만 여우가 힘들었겠는걸.
여기는 반월도.
이 작은 섬에도 산이 있었네.
우리나라에는 정말 山이 많다.
대부분의 섬 한가운데 섬이 자리잡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유럽 사람들이 한국 문학작품에 산이 자주 등장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한국에 와 보고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인다고 했던가.
한국 사람들에게서 산은 뗄 수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겠지.
대부분의 학교 교가에 산이 등장하는 것처럼.
반월도 산 이름은 이름도 재미있는 '어깨산'
산의 모양이 사람의 어깨 모양이라 그런 이름을 얻었단다.
언덕 같은 낮은 산이지만 어깨산에 오르면 반월도와 박지도 그리고 퍼플교와 호수 같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리라.
해발 210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반월도 주민들에게는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 아닐까.
대략 1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는 산을 바라보며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친구가 퍼플 카페에서 잠깐 쉬어가자고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 카페는 지역 어르신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커피를 마시기에는 시간이 늦었고 메뉴가 그리 다양하지 않아 부라보콘 하나씩 들고 퍼플교가 바라보이는 야외에 앉았다.
발 아래 보랏빛 파라솔도 예쁘고,
보라색 우산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화사하고,
그 뒤의 퍼플교도 산뜻하고...
퍼플교로 이어지는 박지도를 바라보면서 잠시 여유를 찾아 본다.
새벽 5시부터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진다.
덕분에 멀리까지 오기는 했지만 보랏빛에 휩싸여 잊고 있던 피로가 살짝 느껴진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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