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숲길

솔뫼들 2022. 7. 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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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길

                     곽재구

 

숲은 

나와 함께 걸어갔다

 

비가 내리고

우산이 없는 내게

숲은 비옷이 되어 주었다

 

아주 천천히

나의 전생이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숲의 나무들은

자신들의 먼 여행에 대해

순례자에게 얘기하는 법이 없었다

 

세상의 길 어딘가에서

만년필을 잃은 아이가 울고 있을 때

울지 말라며 아이보다 많은 눈물을 흘려 주었다

 

목적지를 찾지도 못한 내가

눈보라 속에 돌아올 때도

 

숲은 

나와 함께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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