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학교에서 가을 축제를 할 때면 어김없이 시화전이 열리곤 했다.
그림과 시.
어떻게 보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닌가 싶다.
작년에 덕수궁에서 했던 전시에서도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작품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만큼 예술에서 차지하는 바가 크다는 소리 아닐까 싶다.
이번에는 책으로 시인과 화가를 만나고자 책을 손에 들었다.
'시인과 화가'
'한국 문단과 화단, 그 뜨거운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인 윤범모이다.
그러니 미술계에 관련된 이야기는 빼곡히 알겠지.
책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인과 화가가 주로 나오지만 예술에 조금은 관심이 있는 편인 나도 생소한 화가가 등장하기도 한다.
나혜석과 최승구,
시인 이상과 화가 이상,
카프의 주역 김복진,
100세 화가 김병기의 비화,
시인 이상화 가문과 대구 미술계,
시인 백석과 화가 정현웅의 동행,
정지용과 정종여의 남해 여행,
시인 윤동주와 화가 한낙연,
김용준과 김환기 그리고 노시산방,
김환기, 시정신의 조형적 변주,
이중섭 신화와 시인들,
'나목'을 닮은 박수근과 박완서,
이원수와 김종영, 꽃대궐의 현장,
세속을 초월하는 시인과 화가, 오상순과 하인두,
조각가 김세중과 시인 김남조 부부,
소설가 오영수와 화가 오윤 부자,
민중화가 오윤과 김지하
예술성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타고나는 측면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대를 이어 노래를 하거나 문학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참으로 많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그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도 나오겠지.
소설가 오영수와 화가 오윤 부자처럼.
시인 이상과 결혼했던 변동림이 이상 사후 김환기와 결혼하고 이름을 김향안으로 바꿔 참 희한하다 생각했었는데 거기에 심적 고통이 있었겠구나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사랑해서 결혼했다지만 현실적 대책 없는 남편 이상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바에 나가 돈을 벌 수밖에 없던 여인 변동림 역시 잘난 여인 아니었던가.
그러니 세상의 시선과 수모를 감당하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남편 이상마저 소설 '날개'에서 자신을 저속하게(?) 표현해 놓은 것에 상처를 심하게 받았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름까지 바꾸었을까.
자신을 떠받들듯 하는 김환기와 만나 다른 세상을 산 김향안 여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보통 예술가는 예민하고 까탈스럽다고 한다.
그런 성정이 있어야 또 예술을 한다는 말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산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 사람들의 작품을 떠올려본다.
시와 그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생각하게 된다고나 할까.
재미있게 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