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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솔뫼들 2021. 10. 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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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제목이 참 특이하다.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책을 읽고 이 작가가 쓴 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라 중고서적을 구입해 읽었다.

어차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게 되지 않으니 요즘에는 중고서적도 많이 이용하게 된다.

다시 팔기도 하고.

 

 여기에서 '우아하다'는 경우는 이혼해서 혼자가 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화려한 싱글'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일본에서 이혼을 해 혼자가 되면 우아한 싱글이라고 했었나 보네.

그러나 주인공 다다시는 자신이 그럴까 고개를 갸우뚱 한다.

 

 잘난(?) 아내와 이혼한 다다시는 아내와 살던 아파트에서 나와 오래된 단독주택을 빌린다.

그 주택은 집과 함께 나이를 먹은 할머니가 혼자 사는 곳이었는데 그 할머니가 아들의 초대로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 것.

다다시는 워낙 낡은 집이라 고쳐 살기로 하고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집과의 동거를 꿈꾸는데 예상보다 주인이 일찍 돌아오게 된다.

 

 그런 와중에 결혼 생활 중 사귀었던 여자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녀가 이웃에 살고 있어서 한결 위안이 되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래서 주인공이 혹시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 꿈꿀 때는 '우아한'이라는 단어가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주인공의 생각처럼 동거를 선택하지는 않고 마지막 부분에서 바로 옆에 집을 짓는 것으로 결정이 나기는 하지만.

 

 잔잔한 내용의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내가 그 오래된 집을 고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지난 번에 읽은 책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집의 구조나 건축과 관련된 부분을 전문가처럼 묘사해서 저절로 머리 속에 그 집의 그림이 그려졌다고나 할까.

제목처럼 우아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사는 일이 계획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아도 또다른 행운이 어디에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할 일이다.

책을 읽고 나서 마음 속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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