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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박대성 靜觀自得; Insight >를 다녀와서

솔뫼들 2021. 9. 2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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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가려던 전시회를 뒤로 미루고 급하게 인사아트센터를 찾았다.

전에 신문에서 접한 박대성 전시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주 전시에서였다던가.

아이가 작품 가격이 1억원이 넘는 작품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고, 훼손하고, 아이 아버지는 아이의 사진을 찍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

그러나 박대성 화백은 그런 일로 손해배상 운운할 일도 아니고 아이가 그런 것이니 그냥 넘어가야 한다고 했단다.

그래서 더욱 유명해진 작가와 작품이 있으니 웃어야 할까.

 

 

 그런 사건은 차치하고 사진으로 보는 작품에서 어떤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직접 작품을 본다면 어떨까 싶어 부지런히 인사동을 찾았다.

 

 금강산에 눈 내린 풍경을 그린 '금강설경' 앞에 섰다.

작품이 일단 대작이라 한쪽 벽면을 다 채운다.

멀리 떨어저야 감상이 가능하니 뒤로 여러 발자국 물러서서 그림을 보는데도 그만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먹색 하나만으로 이렇게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그림을 보면서 소정 변관식의 금강산 그림이 떠올랐다.

 

 금강설경 속으로 내가 들어간다.

나는 하나의 점으로 존재하다가 차츰 소멸되는 느낌이다.

 

 

  '불국설경' 또한 마찬가지이다.

불국사에 눈 내리는 풍경을 그린 작품인데 정말 눈 내리는 경주 불국사 마당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주에서 주로 작품활동을 하니 아무래도 경주를 화선지에 담는 일이 많겠구나.

종교를 떠나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에 이르면 그림과 글씨의 경계가 없어지는 듯하다.

아니 너와 나의 구분도 의미가 없어진다.

진정한 해탈의 경지에 든 것만 같다.

대단하지 않은가.

 

 

 고인이 된 삼성 이건희 회장이 박대성 화백을 무척 아꼈다고 한다.

보는 안목이 있었다는 말이겠지.

이전 개인전은 미국 순회 전시를 앞두고 열리는 전시인데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빨치산에 왼팔도 잘려나가고 역경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그에게 정말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