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포천 여행 ; 평강랜드 (2)

솔뫼들 2021. 1. 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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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병초원을 둘러보다 보니 거인이 눈에 들어온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거인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안내문을 읽어보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잊혀진 거인 프로젝트'이다. 

 

 이 작품은 덴마크의 업사이클링 전문 아티스트 토마스 담보의 작품이다.

토마스 담보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쉑쉑버거와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는데 버려진 재료, 특히 폐목재를 재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평강랜드의 '잊혀진 거인'들은 자연 보호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어른들에게는 잊혀진 동심을 불러내어 주고, 아이들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기회가 될 거라고 자부를 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3년간에 걸쳐 이 지역의 쓰러진 나무와 부서진 건물에서 나오는 버려진 목재들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는데 아시아 최초로 진행되었다고 하니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안내 설명을 보니 5명이 팀을 이뤄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평강랜드에 총 5점의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처음 만난 작품이 '엄마 옥'이다.

시크릿가든에 숨어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따뜻한 손으로 번쩍 안아준다고 하는데 '엄마'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의미가 아닐까 싶어진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엄마를 대신 보냈다고 했던가.

 

 작년 어머니를 보내 드리고 그 빈 자리가 느껴질 때마다 무의식중에 어머니는 계속 사실 거라는 착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는데...

요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어머니께 해 드리면 재미있어 하시겠다 하고 전화기를 잡다가 순간 화들짝 놀란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눈물이 찔끔 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러는 나를 내려다보시고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의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전문

 

 습지원으로 나왔다.

얼음이 언 연못에 쨍 하니 햇살이 부딪힌다.

잎사귀를 모두 떨군 나무, 색을 잃어버린 풀, 얼음 위에 종종종 난 새 발자국...

기온이 영하여도 자연 속을 오가니 넉넉함이 느껴진다.

정말 화창한 봄날에 다시 와서 솟아오르는 봄 기운을 느끼고 싶다.

그러면 나도 기운이 씽씽 나지 않을까.

 

잔디광장에는 몇몇 아이들이 뛰어놓고 있다.

낮기온이 조금 올라가서일까?

오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무심코 걷다 보니 잔디광장 한 켠에도 토마스 담보의 거인이 누워 있다.

이곳 거인은 나무를 베개 삼아 한가롭게 누워 있네.

그러니 더 크게 느껴진다.

제목이 '행복한 김치'란다.

김치 아저씨는 정말 여유로워 보인다.

누워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인걸.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난다고나 할까. 후후

 


 온실은 문을 닫았으니 위쪽으로 올라가볼까?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게 만들어진 숲속놀이터도 쓸쓸하다.

아이들은 없고, 바람만 오간다.

가을에 설치해 놓았을 법한 설치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곳이다.

 

 걸음을 빨리 한다.

이끼원의 이끼도 빛깔을 잃은 지 오래.

갈림길에서 산림욕장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아랫길로 내려선다.

그늘이라서 그런지 금세 해가 설핏해진 느낌이 들어 추위가 몰려온다.

 

 운동 삼아 고층습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오르니 여기에서도 토마스 담보의 거인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 거인 작품 이름은 '똑똑한 우 할아버지'.

거인이 피리를 부는 모습을 형상화해 놓았다.

우 할아버지는 피리를 불어서 사람들을 이곳으로 오라고 부르고 있는 거란다.

 

 걷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을 때 거인 찾기 놀이를 하면서 이곳을 한 바퀴 빙 돌 수 있게 해 놓았군.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되겠는걸.

표정이며 눈빛, 자세 등등 재미있다.

처음에는 무슨 3년이나 걸렸을까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작품 수가 다섯 개나 되고 작품이 큰 데다가 쓸 만한 폐목재를 모으는 것도 쉽지는 않았겠구나 싶어진다.

더구나 경사가 있는 지형이니 힘깨나 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