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포천 여행 : 포천아트밸리

솔뫼들 2021. 1. 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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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연휴에 친구와 무얼 할까 생각을 하다가 가까운 포천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코로나 19가 극성이라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사람이 많은 실내에는 들어갈 일이 별로 없으니 계획한 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발이 가는 대로 가기로 하고 숙소 예약을 안 했는데 거리두기 2.5단계가 되면서 숙박업소 예약을 50% 이내로 하라는 정부 지침 때문에 걱정이 되어 부랴부랴 하루 전에 예약을 하려니 쉽지는 않았다.

어렵사리 숙소 예약을 해 놓고 짐을 꾸린다.

명성산 산행 계획까지 있으니 배낭은 물론이고 산에서 먹을거리도 준비해야 하니 자잘하게 신경쓸 게 많다.

그래도 여행 준비는 늘 적당히 설레고 즐겁지.

 

 집에서 포천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고 일정이 빡빡하지 않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오전 8시가 넘어서 집에서 출발했다.

거리는 예상대로 한산하다.

도로가 뻥 뚫려 있어서 차는 신나게 달린다.

날씨가 차가우니 공기도 맑고 산뜻하네.

쉬엄쉬엄 가기로 하고 중간에 별내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물론 커피를 사서 차 안에서 마셔야 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야 참을 수 있지.

 

 출발한 지 1시간 10분 걸려 포천아트밸리에 도착했다.

포천아트밸리는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인데 1960년대부터 화강암을 채석하던 채석장이었다고 한다.

1990년대 이후 양질의 화강암 생산량이 감소되면서 채석장의 운영이 중단된 채 방치되어 있던 곳을 포천시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자연과 문화, 예술이 함께 살아 숨쉬는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라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보니 간간이 차량이 몇 대 보인다.

추운 날씨 탓인가 아니면 시간이 일러서 그런가?

매표소에서 1인당 5,000원을 내고 티켓을 샀다.

포천은 지자체에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티켓을 사는 경우 일정 액수를 쿠폰으로 돌려준다.

1인당 1000원씩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단다.

가끔 그런 곳이 있는데 액수는 그리 크지 않지만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천아트밸리가 얼마나 넓은지(?) 평소에는 모노레일을 운행하는 모양인데 오늘은 운행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보는 풍경이 다를 수는 있지만 우리야 모노레일 탈 일이 없으니 전혀 상관이 없겠지.

 

 리플렛을 보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친구와 의논을 한다.

걸으면서 보니 경사가 만만치 않군.

마스크 때문에 올라오는 수증기에 눈썹에 서리가 내릴 것만 같다.

이것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해야 하나?

 

 대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2코스 조각공원 쪽으로 발길을 한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조각공원에서 작품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전구를 달아놓은 걸 보니 야간에 보면 색다른 느낌이 들겠구나 싶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조각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금속으로 말을 만들어놓은 것도 있고, 이곳 화강암으로 벌거벗은 남성의 우람한 하체를 조각해 놓은 것도 있다.

체격 좋은 조폭 스타일의 작품도 있군.

조각작품 옆에 서서 나도 온 몸에 힘을 주어 본다.

어디선가 이런 작품을 여럿 본 기억이 난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겠지.

조각작품이 다양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페는 당연히 문을 닫았을테니 멀리서 일별하고 호숫가로 내려가본다.

호수 물 빛깔이 금세 눈을 사로잡는다.

그 깊은 물색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정말 눈을 뗄 수가 없는 환상적인 빛깔이다.

 

 흐르지 못한

 아득한 곳에

 

 수면처럼

 흔들리는

 천년의 그리움

 

 바람이 불어오면

 출렁이다가

 흔들리다가

 

 날선 눈빛

 시퍼런 그리움에

 풍덩,

 투신하는

 투신하는 별

 

 호수는

 혼자 운다

 

 권영민의 < 호수 > 전문

 

 天柱湖는 화강암을 채석하며 파들어갔던 웅덩이에 샘물과 雨水가 유입되어 형성되었으며 호수의 최대 수심은 25m로 가재, 도롱뇽, 버들치가 살고 있는 1급수라고 한다.

호수에 가라앉은 화강토가 반사되어 에메랄드빛을 띤다고 하는데 정말 매혹적인 호수라 한없이 바라보고 싶어진다.

치솟은 화강암 벽을 배경으로 한 천주호 물빛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나 할까.

 

 호수를 돌아보고 사진을 찍은 후 올려다보니 까마득한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저리로 올라가보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느끼는데 일방통행 안내문이 보이네.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올라가면서 내려오는 사람과 부딪힐 일은 없겠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겠지.

 

 이번에는 1코스로 발길을 한다.

호수를 끼고 하늘정원으로 올라가는 곳이다.

호수 앞에는 젊은이 한 쌍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하필 이 추운데서 저러고 있을까 친구와 무언의 대화를 하면서  피식 웃어 본다.

 

 계단으로 이어진 하늘공원에 오른다.

인체를 형상화한,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門도 화강암으로 조각이 되어 있다.

높은데서 내려다보는 천주호도 일품이네.

물론 멀리 보이는 포천의 山野도 정겹기는 마찬가지이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공원 안내방송이 나온다.

모노레일 운행을 못 해 오전 9시 30분 이전에 입장한 관람객에게는 1인당 1500원씩 돌려준단다.

어차피 모노레일 탈 생각이 없었으니 갑자기 돈을 번 느낌이 드는 걸. 후후!

 

 일방통행 계단을 따라 내려갈 수 있지만 조각공원은 다녀왔으니 천문과학관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자.

계절 탓도 있겠지만 야외공연장은 쓸쓸하다.

사람 대신 작품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네.

잠깐 눈을 감고 설치작품들이 하는 연주를 가슴으로 들어볼까?

 

 천문과학관도 문을 닫았다.

그 옆으로 작은 계곡이 허옇게 얼어붙었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가면 섭섭하겠지.

순간 童心이 발동해 단단히 언 계곡에 들어가 털썩 주저앉는다.

가끔 이렇게 개구쟁이 같은 짓도 한다.

 

 내려가는데 보니 올라오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우리가 둘러볼 때 사람이 적었던 것은 날씨 탓이 아니라 이른 시간 때문이었나 보다.

올라오면서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보니 모노레일이 그래서 있겠구나 싶어진다.

나도 여기를 오르기가 힘겨워질 때가 오겠지.

 

 입장료 일부를 돌려받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겨울이라,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라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한번쯤 방문할 만한 곳이라고 친구와 고개를 주억거린다.

황량한 느낌이 드는 겨울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초록이 빛나는 계절에 와도 좋으리라.

다음에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생각을 하며 차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