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그래도 우리가 가는 날 비가 내리니 별 지장은 없지요.
점심 무렵 비행기를 예약했으니 오전에 간단하게 한 군데쯤 들르고 차를 반납해야 합니다.
오가는 시간을 고려해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야지요.
인터넷에서 성이시돌목장이 가볍게 다녀오기 좋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닷새 동안 정말 바쁘게 움직였으니 마지막날에는 여유를 찾기로 합니다.
호텔에서 30여분인가 걸려 성이시돌목장에 도착했습니다.
비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안 보이는군요.
우산을 쓰고 돌아보는데 소 한 마리가 없습니다.
우유를 짜는 시간인지 아니면 비 때문에 축사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이시돌목장은 1954년 제주도에 온 아일랜드 출신 신부가 드넓은 황무지를 개간하여 1961년 성 이시돌 이름으로 목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등에서 양, 종돈, 축우 등을 수입해 규모를 키웠다고 하지요.
성 이시돌은 스페인 출신 농부로 카톨릭 성인이라네요.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테쉬폰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테쉬폰은 곡선형으로 연결된 쇠사슬 형태로 되어 있어서 오랜 세월 태풍과 지진으로부터도 온전히 그 형태가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테쉬폰은 1961년 이 목장이 만들어졌을 당시 숙소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차츰 돈사, 사료공장, 협재 성당으로 활용되었다고 안내문에 씌어 있습니다.
이라크 바그다드 가까운 곳에 테쉬폰이라 불리우는 지역이 있는데 이 지역에서 테쉬폰의 기원을 찾을 수 있어서 지역의 이름을 따서 이러한 양식의 건물을 테쉬폰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성이시돌목장에서만 볼 수 있어 귀중한 유산이자 자료가 되겠지요.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가 잠깐 '우유부단'이라는 카페에 들어가 봅니다.
우유며 치즈 등 유제품을 팔고 있군요.
목장을 둘러보고 따뜻한 차 한잔 하면 좋겠습니다.
어디선가 여러 사람 목소리가 들리기에 나가 보니 수녀님이 학생들을 이끌고 성지 순례를 오셨나 봅니다.
그들이 들어가는 곳으로 따라들어가려니 외부인을 통제하는 곳이었군요.
유기농 축산을 하는 곳이니 통제된 곳은 들어가지 말아야겠지요.
제대로 목장을 둘러보기 위해 발길을 옮깁니다.
목장이 꽤 넓군요.
초지도 넓지만 종교와 관련된 공간도 넓습니다.
새미은총의동산에는 예수의 생애를 조각작품으로 만들어 놓았군요.
날씨도 그리 친절하지 않고 바닥이 미끄러워 조각작품을 따라가며 예수의 생애를 보는 것은 포기합니다.
종교에 관심이 많은 친구는 우산을 쓰고 조각작품을 따라갔습니다.
저는 산책 삼아 호숫가로 이동합니다.
호수도 넓은 편입니다.
호수 뒤편으로는 날씨 탓인지 검게 느껴지는 삼나무가 도열해 있고요.
청정한 자연 속에서 고요한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네요.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돌고 있는데 새미은총의동산을 따라갔던 친구도 호숫가로 오네요.
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나 봅니다.
비 내리는 날의 호수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빗소리만 들리는 공간이지요.
화살표가 이끄는 대로 가면 야외에서 예배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나옵니다.
산상 예배가 되겠군요.
주말이면 이곳에서 예배가 이루어지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두 손 맞잡고 머리 숙여 신의 은총에 감사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니까요.
비가 내리더니 바람도 거세지는군요.
우산을 쓰고 걷기에도 불편합니다.
산책을 그만하라는 신호인가 봅니다.
비바람을 피해 성이시돌 센터에 들어갑니다.
목장을 만든 신부에 관해 기록해 놓은 공간이 있고 유제품을 살 수 있는 카페도 있습니다.
비 때문에 몸이 축축해져서 몸도 말릴 겸 이시돌카페에 들어갑니다.
거기에서 각자 취향껏 음료를 시키고, 친구는 치즈도 삽니다.
여기 소들은 좋은 우유를 위해 물까지 가져다 먹인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처음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는 무엇을 먹고 마셔도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코로나 19 때문인지 여기는 오래 있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 같군요.
이시돌센터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카페 우유부단에는 사람들이 꽤 보이네요.
건너편 초지에서 비를 맞으며 풀을 뜯는 말 서너 마리가 보입니다.
얼룩배기 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쉽습니다.
이제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갈 시간입니다.
엿새 동안 정말 신나게 놀았군요.
이번에 가장 길게 국내 여행을 했습니다.
좋은 친구와 함께 이곳저곳에 추억을 많이 만들어 놓았으니 더 나이 들어 언젠가 추억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선물 같은 제주도 여행을 이렇게 마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받아 손바닥 뒤집는
잎사귀 넓은 키 큰 나무들도 선물이고
길 가다 발 밑에 깔린 이름 없는 가여운
풀꽃들 하나하나도 선물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지구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
당신이 우선적으로 가장 좋으신 선물입니다.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진다 해도 부디
마음 아파하거나 너무 섭하게 생각지 마셔요
나도 또한 이제는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었으면 합니다.
나태주의 <선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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