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의 3편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 책은 앤이 대학을 다닐 때의 생활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다.
앤은 그 동안 자신이 교사 생활을 하며 번 돈으로 대학을 간다.
옆집 린드 아주머니가 남편을 잃고 혼자 되는 바람에 마릴라 아주머니와 함께 살게 되어 앤이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패티의 집'이라는 멋진 집을 빌려 또래 여대생 4명이 한 집에서 지내며 벌어지는 일들은 보는 것만으로 웃음짓게 만든다.
까르르 웃는 소리가 연신 들리는 것 같다고나 할까.
서로 자신의 연인 이야기며 학교 이야기, 성적 이야기 등등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나는 그보다 한참 뒤 세상을 살았음에도 그렇게 재미있게 대학시절을 보낸 것 같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 80년대 상황도 거기에 한 몫 했겠지만.
대학 생활 내내 앤과 길버트는 여전히 서로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고.
그 와중에 앤은 자신과 천생연분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잠깐 사귀지만 결국 그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에 돌아선다.
다행히 대학을 졸업할 무렵 길버트와 앤은 자신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래를 함께 꿈꾼다.
길버트는 의사가 되기 위해 더 공부를 하기로 하고 앤은 다시 교사 생활을 하면서 길버트가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고.
길버트와 앤이 결혼해서 아이를 여섯 명 낳아 기르고 길버트는 의사, 앤은 교사 생활을 쭈욱 한다고 하던가.
모든 책이 그렇듯 '빨강머리 앤' 역시 속편으로 갈수록 재미는 덜하다.
앤도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변한다고나 할까.
다음 책까지 읽다 보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싶어 여기에서 접기로 한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겠지.
잠깐이지만 내 속의 '호기심 많은 앤'을 불러내어 함께 그 동안 잘 지낸 기분이다.
책보다는 드라마가 더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