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원근법

솔뫼들 2022. 6. 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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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근법

                               권경인

 

천천히 걸어도 빠르게 닿아버리는 목적지는 싫다

허기진 밤길 오래 걸어

 

행복도 열정도 제 몫의 것만 제 품속에 거두며

허공에 온몸을 담그고 서 있는 나무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는 법이다

 

이미 많은 걸 깨달아 단순해진

숲에

 

비 내리고 까맣게 바람 분다

새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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