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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여행 다섯째날 - 라마유르, 알치 둘러보기 (1)

솔뫼들 2019. 9. 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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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라마유르의 새 날이 밝았습니다.

눈을 비비고 발코니에 나가니 일행 중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있군요.

겨우 몸을 일으킨 저와 참 대비가 되지요.

사람마다 체력도, 체질도, 취향도 다르니 그런가 보다 싶습니다.

 

 창을 통해 내다보는 마을은 작은 편입니다.

이 지역 전통가옥 같은데 호텔 바로 앞에는 사람이 안 사는지 건물이 무너져내리는 곳도 있습니다.

흰색을 띤 건물이 유독 많군요.

사방 누런 바위산에 둘러싸인 마을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들.

그나마 미루나무의 푸르름이 거친 자연을 조금이나마 상쇄시켜 준다고나 할까요.



 세수를 하고 식당으로 가 보니 다른 사람들은 벌써 아침을 먹고 있군요.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식탁에 차려진 음식이 군침을 돌게 합니다.

특히 살구주스가 달콤하고 맛깔스러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 지역에 살구가 많이 난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도 여러 번 보았는데 생살구에 살구주스, 말린 살구 등

수시로 살구를 접하게 되는군요.

아침을 챙겨 먹고는 아침을 안 먹겠다는 귀숙씨를 위해 살구주스 한 잔을 가져옵니다.



 오늘은 라다크 주도인 레로 가는 일정입니다.

가는 길에 알치에 들른다고 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은 아니어도 종일 차에 시달려야 하겠지요.

마음을 단단히 먹어 봅니다.

몸이 따라주어야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요.


차에 탔나 싶은데 라마유르 곰파 앞에 섰습니다.

정말 황량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곳입니다.

입장료가 있군요.


 입장료를 내고 곰파 안으로 들어갑니다.

10~11C 지어졌다는 라마유르 곰파는 여러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펄럭이는 룽다와 타르초,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불탑 스투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마니차...

여느 곰파나 다름없는 풍경들이 이어집니다.



 법당 앞에서는 서양 사람들이 열심히 곰파에 관한 해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군요.

꽤 진지해 보입니다.

동양 문화에 익숙한 우리보다 그들 눈에는 티베트 불교가 한층 더 낯선 문화일텐데 말입니다.


 조금 있자 지역 주민들이 무리지어 들어옵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신발을 벗어놓고 법당을 향해 두 손을 모으는 모습에서 경건함이 묻어납니다.

자신의 해탈보다 利他行을 중요시하는 티베트 불교가 그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요.

오래 전 불교 교리 공부를 할 때 1080배를 하고 새벽에 탑돌이를 하다가 무릎이 푹 꺾여 넘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 오체투지는 누가 시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라마유르 곰파를 둘러보고 다시 차에 오릅니다.

차가 얼마나 움직였나 싶은데 길가에 차를 세우네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앞쪽에 희한해 보이는 풍경이 나타납니다.

어제도 헐벗은 산의 모습을 많이 보았지만 이곳은 더 특이해 보입니다.

조물주가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자연을 빚었을까요?

바로 문랜드(Moon Land)입니다.

달 표면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나 봅니다.

헐리우드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문랜드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영화 '스타워즈'를 만들었다지요.


 문랜드를 구경하기 위해 세운 차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이렇게도 사진을 찍고, 저렇게도 사진을 찍고, 끼리끼리 앉아서도 사진을 찍고, 손가락으로 V자를 하고도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에서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하기는 여기를 또 오기가 쉽지는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