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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여행 6-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트레킹

솔뫼들 2018. 10. 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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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말이 씨가 되었는지 밤새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더욱 굵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일정을 취소할 수는 없으니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합니다.

친구네 집에서 신세를 많이 졌군요.


 오전 10시까지 가야 하는데 여유있게 8시도 안 되어 출발했습니다.

전에 늘 시간에 촉박하게 가는 바람에 민망했거든요.

생각보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구불구불한 길이라 속도를 낼 수 없는데다가 비까지 내리니 일찍 출발하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가는 길에는 비가 더 내린다면 길이 물에 잠길 것 같은 곳도 많습니다.

정말 오지지요.



 오전 9시경 일찌감치 산림수련관 앞에 도착을 했군요.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차들이 연신 들어옵니다.

슬슬 차에서 준비물을 챙깁니다.

비가 내려 그런지 아니면 산중이라 그런지 8월인데도 선선합니다.

겉옷을 하나씩 더 입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간식도 먹고 커피도 마십니다.

공기가 청정해서 가만히 있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뿐일까요?


 사람들이 거의 온 것 같습니다.

준비운동을 하고 안내하시는 분이 오늘 갈 코스를 설명합니다.

이번 코스는 가족 특별 탐방 코스로 거리는 5.3km입니다.

산림수련관 - 500년 송 - 못난이송 - 미인송 - 제2탐방로 - 산림수련관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이군요.

홈페이지에는 3시간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날씨를 감안해 2시간 정도 걷는다는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가이드가 선두에서 가는데 인원이 생각보다 많군요.

가이드가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 같아 제가 후미에서 다른 사람들을 챙기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팀은 다들 걷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니 후미에서 천천히 가도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칠 일은 없겠지요.



 중간에 금강송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쓰여 있는 곳에서 가이드가 설명을 합니다.

금강송의 수난 역사와 특징, 그리고 우리가 금강송을 지켜야 하는 이유 등등.

산길을 따라 오르니 500년송이 있군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가이드의 설명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움막 같은 곳에 다른 소나무와 금강송을 비교한 설명이 있는데 말입니다.

오래 전 이곳을 다녀간 기억이 납니다.


 물을 피해 다리 가장자리로  살금살금 걸어 다시 산길을 오릅니다.

타임캡슐을 묻었다는 소나무는 언덕배기에 서 있군요.

가끔 일상에서도 타임캡슐을 묻어 후일 확인해 본다면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그런 행사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일로 여기니까 말입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비 때문인지 짚신나물, 벌개미취, 물봉선 등이 싱그럽습니다.

불쑥 솟아오른 버섯도 기운차 보이고요.

오염물질이 없으니 정말 식물들 세상이겠지요.

잠깐이나마 식물들과 어울려 봅니다.


 빗줄기는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반복합니다.

우산을 썼는데도 아랫도리는 다 젖었군요.

물론 신발에도 물이 조금씩 들어가고요.

우중에 이런 트레킹을 오래 한다면 몸 상태가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살짝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앞서간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몇 명은 언덕배기로 올라가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미인송이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습니다.

미인송답게 시원스럽고 늘씬하군요.

미인송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언덕으로 올라가야 한답니다.

대단한 사진을 남기지는 못 하지만 저도 풀숲을 헤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미인송이 카메라 렌즈에 전부 들어오지는 않네요.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려옵니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더 오른 후 이번에는 길이 있을까 싶은 왼편으로 꺾어 들었습니다.

좁다란 길이 보이는군요.

제2탐방로인가 봅니다.

일렬로 서서 조심스럽게 내려갑니다.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럽고 나무뿌리 또한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입니다.

살금살금 내려갑니다.



 가다가 건너편 숲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잠시 서서 숨을 고릅니다.

안개가 차올라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군요.

짙푸른 녹음이 뿌연 안개에 휩싸인 곳에서 나무의 짙은 빛깔들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비록 몸은 종일 내리는 비에 푹 젖어 엉망이지만 깊은 솔숲에서 이런 정경을 대하기도 쉽지는 않겠지요.

어디선가 송이향이라도 풍겨올 것 같은 느낌입니다.


 꽤 괜찮아 보이는 소나무가 보이네요.

역시나 포토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지 않을까 싶어 나무에 잠시 기대 봅니다.

일행 중 어느 누구도 사진을 마다하네요.

누가 보아줄 것은 아니지만 내일보다는 오늘이 젊고 활기 있을테니 저는 사진을 한 장 남겨 봅니다.



 계속 내리막길입니다.

계곡물은 그 새 불어나 콸콸 소리를 내며 흐릅니다.

중간에 올라오던 길과 만나 걷다가 살짝 샛길로 접어듭니다.

친구 아니면 무심코 대로로 갈 뻔 했군요.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 길입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古死木이 물살을 느리게 만드는 길입니다.

숲도, 사람도, 하늘도 모두 젖었네요.



 행사를 끝낸 사람들은 정자에서 뷔페식 점심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미를 맡아서 그렇지만 우리가 꼴찌입니다.

생각보다 인원이 많아서인지 음식이 부족해 보입니다.

아침을 일찍 먹어서인지, 우중 트레킹을 해서인지 출출하네요.

사진 찍느라 뒤처진 박총무가 빨리 와야 할텐데...


 먼저 먹은 사람들이 가고 난 자리에 둘러앉았습니다.

시골 내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반찬이 꿀떡꿀떡 잘 넘어갑니다.

역시나 박총무는 반찬만 들고 오는군요.

십시일반 한 숟가락씩 덜어주곤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비가 와서 더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비는 아랑곳없이 주룩주룩 내립니다.

비가 이렇게 내리지 않는다면 불영사와 불영계곡을 들렀다 가면 좋으련만 그 계획을 취소하고 바로 상경하기로 합니다.

친구는 불영사 입구에서 시외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친구가 버스에 오르는 걸 확인하고 우리도 서둘러 새로 뚫린 도로로 올라탑니다.


우산이 없어 한 나절 비를 맞은 칠이가 컨디션도 안 좋을텐데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저는 발까지 푹 젖어 몸이 천근만근이네요.

어제와 그제 연이어 잠을 제대로 못 잤지 일정은 빡빡했지...

그나마 새로 생긴 도로라 막히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기며 어제와 오늘 이틀간의 여행을 돌아봅니다.

친구 덕분에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