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를 가다

솔뫼들 2017. 8. 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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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부여 무량사를 찾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전에 부여 여행시 부여 읍내에서 무량사가 꽤 떨어져 있어서 시간상 들르지 못 했습니다.

아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능하다면 가 보고 싶었습니다.

 

 급할 것이 없으니 차는 고갯마루를 천천히 오릅니다.

오르고 보니 바로 옆에 천장호가 있네요.

눈에 보이면 발길을 하게 되지요.

본의 아니게 칠갑호에 이어 천장호를 찾았습니다.

 

잠깐 고민 후 차를 세우고 씩씩하게 걷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찾는 곳이라는데 아무리 더워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천장호 출렁다리가 유명한가 봅니다.

 

천장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런 기록은 이제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 가을에 경기도 감악산 출렁다리가 새로 만들어졌으니까요.

명소로 소문이 나서 한동안 주변 도로가 막히고 출렁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지요.

늘 그렇게 새로운 사실에 밀리는 것이 사람 사는 일 아닌가 싶습니다.

더 좋은 것, 새로운 것,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밀리는 것 말이지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여기에서 찍었다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그런 프로그램 덕분에 국내 여행자가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지요.

사실 내 나라도 구석구석 아름답고 가 볼 곳이 많은데 남이 간다고 무조건 외국 여행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초입에는 칠갑산 노래에 나오는 '콩밭 매는 여인상'이 서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청양은 칠갑산에서 시작해 칠갑산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칠갑산 산행 후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신 어르신들 모습도 보이네요.

칠갑산 등로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 가는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만
어린 가슴 속을 태웠소

 

 조운파 작사, 작곡 < 칠갑산 > 전문

 

 

 

 

 출렁다리가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빨간 고추 모양의 모형이 눈길을 끕니다.

아하! 청양고추로군요.

거기에 세상에서 가장 큰 구기자도 함께 있습니다.

푸른 숲, 맑은 물을 배경으로 빨간 조형물이 산뜻합니다.

청양을 대표하는 특산물 홍보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출렁다리 입구에 고추와 구기자 열매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정말 잊어 버리기 쉽지 않겠군요.

 

 출렁다리로 접어듭니다.

앞서 가시던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께서 '어머나!'를 소녀처럼 연발하십니다.

뚜벅뚜벅 아무렇지 않게 걷는 제가 도리어 이상해 보이는군요.

가끔 호들갑을 떨고, 엄살도 떨고, 내숭도 떨고...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 어쩌겠습니까?

옆에 그런 것에 반응을 보일 사람이 있다고 해도 평소 모습 그대로 사는 사람인 걸요.

 

 

  출렁다리 중간쯤 가서 선배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합니다.

이런 곳에 다녀갔다는 증명사진 같은 것이지요.

선배는 한사코 사진 찍기를 거부해 자꾸 뒷모습만 찍히는군요.

어쩌다 한장쯤은 괜찮은데...

 

 걷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무슨 무늬처럼 수초가 보입니다.

분명히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무리 보아도 무슨 모양인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어떤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 해도 모양까지 신경쓰지 못 했는지도 모르지요.

보는 이만 공연히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멀리 있는 정자도, 구기자 열매 모양 쉼터도, 호수 한가운데까지 나 있는 길도 저를 부르는 것 같은데

오늘은 그만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땀이 미처 닦을 틈도 없이 줄줄 흐릅니다.

전형적인 장마철 후텁지근한 날씨지요.

이런 날씨에 여행이라니 당연히 찜통더위를 각오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군요.

 

 출렁다리 끝까지 가서 호랑이와 용에 얽힌 전설을 읽어보곤 발길을 돌립니다.

걸어서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싶은 욕심과 더위 사이에서 더위가 이겼습니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빠릅니다.

얼른 차에 들어가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으니까요.

 

 

 휴!

오늘도 무량사는 포기해야 할까 봅니다.

무량사와의 인연이 그런가 보지요.

천장호 출렁다리를 걷고 나니 머리 속이 하얘졌습니다.

그저 시원한 곳과 찬 마실거리만 찾게 되는군요.

어쩔 수 없이 다시 선배네 집으로 차를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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