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드디어 도고역에 도착했습니다.
앞서 나가는 사람들을 쫓아 나가니 한눈에 선배 차가 보였습니다.
폭우가 쏟아질까 봐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는데 수고스럽게도 선배가 직접 나와 주었습니다.
다행히 비는 그리 쏟아지지 않는데 하늘은 역시나 잔뜩 찌푸렸군요.
오늘 일정은 포기해야 할까 봅니다.
선배 차로 선배 집으로 향했습니다.
선배의 큰딸과 개 세 마리, 그리고 온갖 나무와 꽃이 반겨주는군요.
현관을 나서면 바로 논밭이 이어져 있으니 농사를 짓고 살지는 않아도 전형적인 농촌이지요.
작년까지 시골집이 농촌에 있었는데도 이런 풍경이 새삼스럽습니다.
쉬면서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끔 전화 통화를 하기는 하지만 몇 년만이네요.
아무래도 오늘 일정은 포기해야 할까 봅니다.
열차를 타고 오는 동안 비가 온다면 오랜만에 온천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그간 살아온 이야기는 샘솟듯 끊임없이 이어지고 밖에 비는 종일 오락가락 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 선배가 집에서 밥 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지요.
미리 알아온 정보를 이야기하며 공주 유구면의 한우 식당을 제안했습니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그다지 멀지 않다고 하네요.
다시 비가 쏟아집니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공주로 달립니다.
물론 안전을 생각하고 드라이브 겸해서 천천히 가는 중이지요.
그저 농촌이라고 생각했던 도로 주변에는 의외로 공장도 많고 전원주택도 꽤 눈에 띕니다.
드디어 시장 안에 위치한 정육점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싶었는데 30분도 안 되어 식당이 꽉 찼습니다.
이 한적한 시골 면소재지에 소문난 곳이었군요.
한우 가격이 4인분 기준 40,000원이니 싸기도 하지만 점심시간인데 모두들 고기를 주문합니다.
서비스로 나온 육회가 부드럽고 맛있군요.
고기 양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약간 질긴 듯 싶기는 하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선배는 된장찌개 맛에 흠뻑 빠졌습니다.
정말 시골 된장 맛이군요.
조금 세월이 가면 맛보기 어려운 그 맛 말입니다.
여자 셋이 결국 고기를 다 못 먹고 포장해 식당을 나옵니다.
여전히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가는 길에는 여유있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기로 합니다.
좀 생뚱맞다 싶을 만큼 논 한가운데 있는 카페인데도 인테리어나 음료가 썩 괜찮은 수준입니다.
한 시간 넘게 푸른 논밭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간이 참 잘 가는군요.
다시 차에 올라 선배네 집으로 갔습니다.
날씨 탓하며 제습기와 에어컨을 켜 놓고 편한 자세로 커피를 주문합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선배의 딸이 익숙한 솜씨로 커피콩을 갑니다.
커피콩을 가는 향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그것만으로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정성껏 만든 드립커피가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해 주네요.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지 아니면 커피와 과일, 그리고 비스켓을 먹어서인지 저녁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배가 고파야 밥을 먹는 것이 맞지요.
시간이 되었다고 무조건 밥을 먹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고 하던가요.
그대로 이야기는 한없이 익어가고 밤이 깊어갑니다.
간간이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밤입니다.
'여행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양 장승공원에서 (0) | 2017.08.02 |
---|---|
장곡사에서 (0) | 2017.07.30 |
도고 가는 길 (0) | 2017.07.23 |
칼날능선 달마산에 오르다 (3) (0) | 2017.04.14 |
칼날능선 달마산에 오르다 (2) (0) | 2017.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