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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숲
배한봉
피고 지는 것이 꽃의 말이라면
날고 우짖는 것은 새의 말
사람이 따라 흥얼거리면 노래이고
기록하면 시였다
자연의 모든 말은 은유였으니
사람의 말도 은유였다
모든 말이 시와 노래였던 때는
사람도 자연이던 때
토끼와 뻐꾸기와 구름과 별
달과 해와 바람 모두 한 식구였다
사람이 도시를 만든 뒤부터
집 잃은 제비는 돌아오지 않았고
이슬은 별빛을 품지 않았다
회색 풍경 속의 텅 빈 곳이여
나무의 말 다람쥐의 말 들으며
나는 오늘 산을 오른다
물통을 앞에 놓고 옹달샘 가에 줄 선
새벽 산골짜기의 우리여
은유였던 사람의 말 기억하는
숲의 이야기에 귀 귀울여 보라
흥얼거리면 노래 받아쓰는 시
은유의 숲에 들면 누구나
자연이 된다 눈짓도 인사도
싱싱한 자연의 말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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