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은유의 숲

솔뫼들 2016. 12. 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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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의 숲

                                  배한봉

 

피고 지는 것이 꽃의 말이라면

날고 우짖는 것은 새의 말

사람이 따라 흥얼거리면 노래이고

기록하면 시였다

자연의 모든 말은 은유였으니

사람의 말도 은유였다

모든 말이 시와 노래였던 때는

사람도 자연이던 때

토끼와 뻐꾸기와 구름과 별

달과 해와 바람 모두 한 식구였다

사람이 도시를 만든 뒤부터

집 잃은 제비는 돌아오지 않았고

이슬은 별빛을 품지 않았다

회색 풍경 속의 텅 빈 곳이여

나무의 말 다람쥐의 말 들으며

나는 오늘 산을 오른다

물통을 앞에 놓고 옹달샘 가에 줄 선

새벽 산골짜기의 우리여

은유였던 사람의 말 기억하는

숲의 이야기에 귀 귀울여 보라

흥얼거리면 노래 받아쓰는 시

은유의 숲에 들면 누구나

자연이 된다 눈짓도 인사도

싱싱한 자연의 말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