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밖으로 나선다.
길은 계속 해변을 따라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씩씩하게 앞을 보고 가는데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나를 보더니만 점심을 먹고 가란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걷고 있는 여자가 그들에게는 별나게 보였겠다.
웃으면서 맛있게 먹으라고 대답해 주고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가다 보니 해안가에 죽변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지난 번 것은 죽변면에서 세운 것 같은데 이곳에 있는 것은 울진군에서 세운 것 같다.
역시나 대나무와 대게를 형상화한 것인데 죽변에 있던 것은 조악한데 비해 세련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같은 모양을 여기저기 해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예산 낭비의 전형적인 모습 아닌가 싶다.
길은 다시 마을 옆으로 이어진다.
도로변 집 앞에는 주로 오징어와 문어, 돌미역 등을 전국 택배로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반건조오징어를 뜻한다는 '피데기'라는 말을 울릉도에서 처음으로 들었었지.
여기저기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도 자주 눈에 들어온다.
확실하게 오징어의 고장임을 보여 준다.
마을을 지났다.
오른쪽으로 커다란 안내판이 보인다.
망양정이 있던 자리란다.
지금의 자리는 후대에 옮겨간 자리였다.
망양정을 읊은 詩碑도 보인다.
계단을 올라 망양정이 있었다는 자리에 서 보았다.
당연히 툭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속이 다 후련하다.
동해市였던가.
헌화정이 있던 위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와 소나무, 그리고 정자.
물론 지금 이곳에 정자가 없기는 하지만.
바다를 내려다보다가 언덕에서 내려왔다.
길은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걷다가 보니 주변이 전복을 양식하는 장소이니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보인다.
미역과 다시마가 많이 생산되니 전복 양식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무심코 전복 양식은 서남해안에서 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닌 모양이다.
길은 약간 지루하게 이어진다.
해변에는 그물을 깁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그런데 거기에는 외국인 근로자도 섞여 있었다.
농촌의 비닐하우스에 외국인이 없으면 일손이 부족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텔레비전에서 본 것 같은데
어촌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
하기는 배를 타는 선원도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형편이니...
일을 하다가 힐끗 나를 바라보는 외국인과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고는 내처 앞을 보고 걸었다.
울진은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주변 인프라가 그리 갖추어지지 않은 것 같다.
해변을 따라 몇 시간씩 걷다 보면 화장실 찾는 것도 큰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보건지소나 마을의 노인복지회관, 아니면 주민센타 등을 찾게 된다.
원하는 시간에 그런 곳이 나타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럴 만한 공간을 찾느라 두리번거릴 수밖에.
한동안 해변을 따라가던 길은 이제 내륙으로 들어간다.
기성면사무소로 가는 길이다.
갑자기 나타난 고갯길에 몸과 마음이 지쳐 허덕거린다.
여기도 그리 만만치 않은 길이 기다리는 건 아닐까 슬슬 걱정이 된다고나 할까.
스틱을 힘주어 짚어가며 언덕길을 오른다.
친구와 고문님은 한참 뒤로 처지셨다.
가파른 길을 오르는 것이 차라리 내려가는 것보다 낫다더니만 저만치 오는 친구는 절절 맨다.
공연히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고개를 다 넘었나 싶은데 이어지는 고개.
한꺼번에 힘을 쓰라는 말인가.
고개를 넘고 차도를 따라 걸으려니 했는데 의외로 논 한가운데 농로를 따라가는 길이다.
요즘에는 농로도 모두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어서 산길이 아니라면 흙을 밟을 일이 거의 없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흙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고, 더불어 물의 흐름 등에 문제가 생겨 자연 재해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
시멘트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건물들이 여럿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고문님께서는 앞에 보이는 곳이 기성면 소재지라고 하셨다.
오후 3시 25분, 친구는 볼일을 보고 발 물집 문제로 도움도 받을 겸 보건지소로 들어갔고
나는 사랑채라는 이름이 쓰인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시골에 복지 차원에서 목욕탕을 지어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더니 여기가 그런 곳인 모양이지.
소액을 받는지 무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래층에는 목욕탕, 위층에는 건강증진센타에 운동기구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르신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을 지키면 아무래도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겠지.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나와서 해파랑길 안내판에 25코스가 끝나는 것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전체 50코스 중에서 26코스를 끝냈으면 대략 반은 넘게 걸은 셈이다.
강원도 끝내고 경상북도로 접어들었을 때처럼 갑자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오전에 걸으면서 속도가 빠르기에 오늘 가려던 구산항을 지나 한참 더 갈 수 있으려니 기대를 했었는데 고갯길이 세 번이나 나오니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지체되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려는 야무진 희망사항은 접어야 할 듯 싶구만.
'여행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파랑길을 걷다 (24코스- 경북 울진) (0) | 2015.01.28 |
---|---|
해파랑길을 걷다 (24코스- 경북 울진) (0) | 2015.01.27 |
해파랑길을 걷다 ( 25코스- 경북 울진 ) (0) | 2015.01.25 |
해파랑길을 걷다 ( 26코스 - 경북 울진 ) (0) | 2015.01.22 |
해파랑길을 걷다 ( 26코스 - 경북 울진) (0) | 2015.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