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이런 말도 써요.

솔뫼들 2009. 6. 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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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썬크림 안 발랐죠? 올 봄에 많이 그을었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친구는 화핫 웃음을 떠뜨린다.

뭐가 이상한 걸까?

나는 습관적으로 말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 요즘 사람들은 '그을었다'는 말을 거의 안 쓴다.

그 대신 '탔다'는 말을 쓰는 것이다.

의미야 같지만 어느 사이에 언어의 폭이 좁아졌다고나 할까?

 

 가끔 나는 어머니가 쓰시는 말을 채집하면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진짜 살아 있는 산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자라오는 동안 늘 들어서 나는 익숙해 있지만

나보다 한 세대 아래이거나 연세 드신 분들과 대화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신문이나 텔레비전이 전하는 언어만 사용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어휘가 한정되고 딱딱한 단어를 쓰게 되는 것이다.

말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그걸 나는 수시로 느낀다.

이 살아 있는 말을 생명력있게 반짝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인데

반대로 우리는 우리말을 쓰레기장으로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신문은 외국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섞어 쓰고,

전문용어을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 없이 그대로 써서 못 알아듣는 말도 많다.

나름대로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나도 가끔 답답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떠랴.

어머니께서는 어떤 때는 뉴스를 보아도 못 알아듣는 말이 더 많다고 하신다.

텔레비전은 어떤가?

여기는 더 가관이다.

점입가경이라더니 맞춤법이 틀린 말도 아무렇지 않게 말풍선으로 나오고,

유행어나 욕설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말은 사람의 정서를 지배한다.

거칠고 험한 말을 하는 사람은 마음도 그렇게 변할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노력을 하면

자신의 마음도 더불어 고와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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