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솔뫼들 2008. 9. 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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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반쯤만 공유된 신뢰할 수 없는 지각의 안개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감각의 데이터는 욕망과 믿음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굴절되고, 그에 따라 우리의 기억 또한 왜곡된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보고 기억하며 거기에 맞추어 스스로를 설득한다. 무자비한 객관성, 특히 우리 자신에 관한 무자비한 객관성이라는 사회적 전략은 언제나 실패하는 운명이었다.

우리는 절반의 진실을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스스로도 믿어버리는 사람들의 후예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적당한 사람들만 추려졌고 그런 성공이 이어지면서 결함 또한 바큇자국처럼 유전자에 깊이 새겨졌다. 자기에게 유리하지 않을 경우 앞에 있는 게 무엇인지 합의할 수 없다는 결함 말이다.'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가 아니라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인 것이다.

이혼과 국경 분쟁과 전쟁이 바로 이런 이유로 생기고, 동정녀 마리아 상이 피눈물을 흘리고 가네시 신상이 우유를 마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형이상학과 과학이 그토록 대담한 사업이고 바퀴의 발명이나 심지어 농업의 발명보다 더 놀라운 발명인 이유도 그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어긋나는 인공물인 것이다. 사심 없는 진리. 하지만 우리 자신을 배제하지는 못 했고 습성의 바큇자국은 정녕 깊었다. 객관성에서 어떤 개인적인 구원을 찾을 도리란 없으므로.

 

                                                                          이언 매큐언의   < 이런 사랑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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