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길

솔뫼들 2022. 11. 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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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림

 

길을 가다가 눈발치는 산길을 가다가

눈 속에 맺힌 새빨간 열매를 본다

잃어버린 옛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 멀리 날아가버린 노래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갈대 서걱이는 강길을 가다가

빈 가지에 앉아 우는 하얀 새를 본다

헤어진 옛 친구를 본다

친구와 함께 잊혀진 꿈을 찾는다

 

길을 가다가 산길을 가다가

산길 강길 들길을 가다가

내 손에 가득 들린 빨간 열매를 본다

내 가슴 속에서 퍼덕이는 하얀 새

 

그 날개 소리를 듣는다

그것들과 어우러진 내 노래 소리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길을 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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