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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속에서
서하
그의 종교는 노름
마흔여덟 장 화투 경전을
손에서 놓은 적 없었지
자신의 끗발을 자식의 끗발로 믿으며
별처럼 조였던 패가 말짱
먹구름이었던 때가 더 많았지
조금 무거워지거나 가벼워지거나,
조금 가라앉거나 떠올려지는 가난과 구원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고
뒷목만 긁어대는 굽은 소나무 사이로 공산 달이 뜨니
잃어버린 본전 찾은 듯
모란꽃처럼 환해지곤 했지
밑천인 듯 얼굴에 핀 저승꽃,
지금도 아홉 끗발 잡으려는 듯
도리깨 힘껏 휘둘러 내려칠 때
아직도 멀었다, 멀었다, 멀었다
구룡사 범종 소리가 들려오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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