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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지옥
유안진
나보다 더 절박하다고 매미들 떼로 운다
울음에 질린 나무들이 꼼짝달싹 못하고
나뭇잎들 죽은 듯 숨도 못쉰다
울어서 불볕을 더욱 달구는 대낮
세상맛 제대로 봐라 이런 불지옥 있다는데
같은 지옥에서도 울지 못하는 나에게
어떻게 어떻게 밤은 와 주는가
밤이 와서 캄캄 깊어져 주는가
어차피 우리는 밤의 종족이 아니냐고
같이 울자는 풀벌레들
같이 울면 지옥도 문간방 되나
울음도 지쳐 희뿌옇게 동트는가
불지옥은 그렇게 낯 바꿔가며
새벽을 앞장세워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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