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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분노

솔뫼들 2018. 7. 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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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무겁다.

소설 제목이 가슴을 친다고나 할까.

분량도 500쪽을 넘으니 만만하지는 않다.


 제목 때문일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장을 펼친다.

처음에는 그저 로토와 마틸드가 만나 첫눈에 반하고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토의 어머니가 마틸드의 뒷조사를 해 보고 반대를 해서 경제적 도움을 못 받았지만 그 정도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예상 못하게 전개된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동생의 죽음과 관련되어 부모님께 미움을 받게 된 마틸드.

 어린 나이에 쫓겨나 결국 미국으로 오게 된다.

이름까지 오렐리에서 마틸드로 바꾸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에어리얼.

돈을 위해 어쩔 수 없기는 했지만 마틸드는 에어리얼과 계약을 하고 시키는 모든 일을 한다.

결혼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그 일을 알게 된 로토가 충격을 받고 얼마 안 되어 죽음을 맞게 되고.


 마틸드는 로토의 죽음에 로토의 친구인 콜리가 관련되었다 생각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콜리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복수를 감행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악을 숨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로토와의 사이에 아이를 거부했던 마틸드는 로토의 아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충격의 연속이다.


복수, 분노, 운명.

복수를 한다고 속이 시원할까?

어쩌면 마틸드의 운명이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로토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므로 마틸드가 다른 나쁜 모든 것을 마음 속에서 지웠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나이 들어서까지 결국 사람의 마음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을 본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심장이 쿵쿵거렸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마틸드는 자신의 삶을 잘 계획된 대로 그려나가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람의 삶이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계획표대로 된다면 재미가 없기도 하겠지.

어찌 되었든 분노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 삶은 자신에게도 毒이 된다.

다 읽고 나니 마틸드가 진심으로 로토를 사랑한 걸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사랑은 모든 걸 감싸안는 따뜻한 물 같은 걸 아닐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사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 한번 느낀다.

그런 면에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마틸드가 로토를 제대로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대하소설 한편 본 것 같은 느낌, 다른 사람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면서 내가 오싹 했다는 느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심각한 고민...

책을 덮고 나서 든 여러 가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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