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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2

솔뫼들 2018. 2. 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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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은 예부터 도둑이 아니라고 했다.

책이라는 건 지식을 말하기 때문이었을까?

호주 작가가 쓴 책인데 미국에서 엄청나게 찬사를 받은 '책도둑'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

내용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데 문체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하던가.

책을 읽어 보니 내용상 후딱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어서 도리어 천천히 씹어가면서 읽게 만드는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책의 배경은 2차 대전 당시 독일.

독일인의 집에 입양된 '리젤'이라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겉으로는 거친 것 같지만 속이 깊은 어머니 '로자',

자상한 아버지 '한스',

거기에 학교에서 만나 늘 붙어다니는 친구 '루디',

그리고 전쟁에서 한스 자신을 구해준 것이나 다름없는 유대인 친구의 아들 '막스'.


 리젤은 글도 읽을 줄 모르면서 죽은 친동생을 묻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책을 무의식중에 훔쳤다.

그리고 글을 배우게 되면서 차츰 시장 집에서 한권씩 책을 훔친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면서 자신을 보듬어간다고나 할까.


 험악한 전쟁 분위기, 유대인을 찾으러 다니는 나치 당원들, 그리고 공습 때문에 수시로 숨어야 하는 상황 등등.

자신들도 살기 그리 녹녹치 않은데도 리젤을 입양한 한스 부부는 거기에 유대인 막스까지 숨겨 준다.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인간미 때문이겠지.

리젤이 책을 훔치는 걸 알면서도 묵인하는 시장 부인,

방공호에 숨어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모두 긴장하고 있을 때 훔친 책을 소리내어 읽음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리젤,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을 숨겨준 한스네 집을 떠나면서 막스가 리젤을 위해 남긴, 손수 만든 책 한 권.


이 책의 서술자는 저승사자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온기가 스미는 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심성 때문이리라.

책도둑 리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는 하지만 한스와 막스, 거기에 리젤에게 힘이 되는 친구 루디 등등 인물들의 힘이 크다.

결국 어디서나 사람인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한번쯤 더 읽어 보아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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