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자원활동가 교육으로 강원도를 방문하게 되자 친구로부터 간 김에 강원도 고성의 운봉산에 한 번 가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잠깐 고민을 했는데 그 친구가 제안한 산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니 이번이 아니면 행동에 옮기기 쉽지 않은 산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흔쾌히 동행하기로 했다.
해파랑길 자원활동가 교육은 양양 구간에서 이루어졌다.
오전에 주문진해변에서 지경해변까지 걷고, 막국수로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는 무궁화동산에서 죽도해변까지 걸으며 이정표와 안내 화살표 등을 바로 잡거나 교체하는 교육을 받았다.
사실 두번째 참여이다 보니 우리는 좀 시들해져 일행들 뒤를 따라가며 좋은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데 정신을 쏟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오후 4시경 일정이 끝났다.
다른 사람들은 대절버스로 상경을 하고 친구와 나는 속초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멀지 않은 거리라 해도 버스가 7번 국도를 달리다가 옆으로 빠져 마을을 모두 들러 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전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색다른 분위기를 위해서 가끔은 이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에 도착해 미리 검색해 놓은 게스트하우스를 찾으니 예약이 다 찼다고 한다.
비수기 일요일임에도 사람이 많구만.
여기저기 전화해 보고 찾아간 곳이 '더 하우스 호스텔'
시설이나 청결 정도는 가 보아야 알겠지만 일단 전화 응대가 친절하고 가격이 착하다.
다른 곳은 우리에게는 쓸데없는 바비큐 파티 같은 걸 해 주며 가격을 올리는 것 같았다.
전화를 하고 찾아간 곳의 1층 카페에는 서양 사람들 몇몇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인 말에 따르면 평일 숙박객은 거의 외국인이란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면 그들의 정보지에 홍보가 되고 입소문이 난 게지.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더블룸 가격을 받는데 비수기 평일이라 싱글룸 가격으로 해 준다는 바람에 선뜻 방을 잡았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깨끗하게 청소와 정리가 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일단 종일 흘린 땀을 씻고 난 후 침대에 '大'자로 누워 잠시 쉰다.
살 것 같다.
어제 삼남길을 걸었고, 오늘 또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새벽같이 집에서 나왔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저녁을 안 먹고 이대로 잠이 들었으면 싶지만 내일을 위해 그럴 수는 없지.
카페에서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속초가 그리 넓지 않으니 슬슬 걸어서 중앙관광시장으로 향했다.
대부분 횟집 아니면 닭강정, 오징어순대를 파는 집들이 이어져 있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생선구이집으로 들어갔다.
세 가지 생선이 나오는데 남해에서는 작고 비쌌던 뽈락이 큰 녀석 나왔다.
횡재한 기분인걸.
맛있게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바닷가를 거닐기로 했다.
가는 길에 '속초역'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카페가 있어서 사진도 찍고, 아바이 마을로 들어가는 갯배를 바라보며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20년 가까이 함께 추억을 만든 분의 부재가 새삼스럽게 서러워 목이 메고 눈가가 촉촉해져 온다.
낮에는 부산스러웠겠지만 밤바다는 불빛을 받아 빛나는데도 고즈넉하다.
바다도 잠들 준비를 하는게지.
물안개 피고 지는 속초 밤바다
얼굴빛 환하라고 이리저리 눈 날리고
들국화 향기처럼 살아 왔던가.
잊어본 적이 없는 그 얼굴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가슴 속 끓어 오른 눈물마저 마르고
한없이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내 님이여
아~아~ 그리움에 가슴 젖는 속초 밤바다
안개꽃 피고 지는 속초 밤바다
황금빛 등불 아래 아름아름 젖어 들고
악산 눈꽃처럼 살아 왔던가.
어둠에 질척이는 네 마음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가슴 속 응어리는 설움마저 삼키고
달 가고 해가 가도 오지 않는 내 님이여
아~아~ 그리워서 가슴 저린 속초 밤바다
박현수 시, 주명희 곡 < 그리운 속초 바다 >
9시가 가까워져 숙소로 향한다.
숙소 입구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서 숙소 카페에 앉았다.
저녁 나절 수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외국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작지만 조용하고 예쁜 카페에서 내일의 산행 이야기를 하다가 10시가 가까워져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잠이 보약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침대에 눕는다.
다행히 소음이 없어 금세 잠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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