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달이 뜬다 월출산 (1)

솔뫼들 2017. 4. 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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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부터 봄이 되면 남도 산행을 한번 하자고 계획을 세웠다.

나는 남도 산행 하면 우선 달마산을 떠올리는데  고문님께서는 월출산을 좋아하신다.

거기에 에베레스트 트레킹 멤버인 고상무님은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조계산 산길을 제안하고.

정말 취향이 제각각이라니까.

 

숲에 가면

좋은 일이 있을 듯하다

 

덤불 속에 아직 온기 남은

작은 멧새 알 하나

바위 모서리를 뚫고 샘솟는

뜨거운 석간수 한 모금

 

숲에 가면

오래 잊은 좋은 일이

있을 듯하다

 

 이시영의 < 숲에 가면 > 전문

 

 드디어 3월이다.

이번에는 고문님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금요일을 끼고 날짜를 잡아서인지 아니면 다들 바쁜지 다른 회원들은 아무도 동참할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은데...

 

 오전 7시 서울을 출발해 영암 월출산으로 달린다.

망향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내처 달리는데 금요일임에도 다행히 도로는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

날씨는 최근 늘 그랬듯이 잔뜩 뿌옇다.

진짜 잘 노는 사람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 법이지.

 

 월출산은 이전에 두 번 다녀왔다.

모두 도갑사에서 천황사로 넘은 기억이 난다.

초반에는 특별할 것 없는 길이 이어지다가 중간에 억새 군락이 매력적이고 정상 부근 바위가 대단했다, 또 구름다리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10년도 더 된 기억이니 가물가물한데 이번에는 다른 코스로 오를 예정이니 더 기대가 된다.

 

 

 12시 좀 넘어 영암 산성대 입구에 도착했다.

영암 실내체육관이 바로 코 앞에 보인다.

평일이어서인지 주차장은 썰렁하고 안내사무소도 문을 닫았다.

국립공원인데 너무 한 것 아닌가?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어서 그다지 시장하지는 않지만 월출산이 그리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니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영암 군청 근처로 이동해 식당을 찾는다.

설렁탕 한 그릇 먹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문을 닫은 곳이 많다.

겨우 감자탕집을 찾아 해장국을 한 그릇씩 먹고 나선다.

 

 

 오후 1시 월출산 산성대 입구로 들어선다.

산성대까지 1.8km, 천황봉 정상까지는 3.9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산성대 코스는 월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처음 개방이 되었다고 한다.

상수도원 오염과 바위가 많아 실족사 등의 문제로 개방하지 않고 있다가 27년만에 개방을 했다고 하는데

영암 읍내에서 바로 연결되는 코스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쉽사리 오르내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靈巖'은 '신령스러운 바위'다.

영암이라는 지명은 월출산 유래와 얽혀 있다고 한다.

월출산에 세 개의 움직이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그 動石 때문에 영암에 큰 인물이 난다고 시기한 중국인들이 바위 세 개를 모두 밀어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 중 하나가 스스로 옛자리를 찾아 올라갔고, 이런 이유로 '영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구정봉 근처에는 '동석'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단다.

 

 

 '월출'이라는 산 이름은 중국 남부의 월저국에서 문수보살이 나와 이곳에서 살았기에 유래한 것이라고 전한다.

불교와 관련이 있어서인지 한때 월출산에 사찰이 아흔아홉개에 이른다는 말이 전해져 왔다고 하는데

지금도 도갑사와 천황사, 무위사 등이 남아 있고 암자도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불교와 련이 많다는 말이겠지.

 

 산성대 코스 입구에는 매화가 활짝 피어나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오롯이 우리만의 풍경인 것 같아 산행 시작 전에 마음이 환해진다.

산길은 바로 오르막길이다.

오르면서 만나는 꽃들에 눈길을 주느라 발길이 느려진다.

사진을 찍으면 늘 꼴찌가 된다니까.

 

 

 진달래도 피었고 생강나무도 꽃을 피웠다.

하기는 광양 섬진강가에는 매화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겠지.

봄과 남도 여행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먼 길 떠나왔으니 남도의 풍광을 실컷 즐기고 나도 더불어 피어나면 좋겠네.

 

 얼마 오르지 않아 바로 나타나는 바위 봉우리들.

차를 타고 오면서 보았을 때 나무보다는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모습만 눈에 들어오더니만 월출산은 확실히 바위산이다.

하기는 그런 바위가 멋들어져 작은 산이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오늘도 바위 봉우리 사이에서 열심히 길을 찾아야 하리라.

 

 

 올라가면서 사방으로 시선을 옮기면 어디든 근사한 바위들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완전히 기암괴석들의 경연장이네.

조물주가 솜씨 자랑을 제대로 한 것 같다.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월출산은 주상절리와 판상절리가 합쳐진 것인데 풍화작용이 더해져 현재의 바위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산세를 보면 설악산 용아릉과 공룡능선을 닮은 것도 같고 또다른 매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울근불근 근육 자랑을 하는 바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만만치 않은 산길인데도 힘든 줄 모르고 걷는다.

어떻게 저런 모양의 바위들이 쌓이고 얹혀 있을까?

 

 

 한동안 앞만 보고 걸으시던 고문님께서도 사진을 안 찍으려 했는데 경치를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하시며 스마트폰을 꺼내신다.

정말 사람을 반하게 만드는 바위들이 포진해 있다고나 할까.

상상을 초월하는 바위들의 무대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길이다.

 

 바위를 어떻게 넘어가나 싶으면 살짝 바위 사이를 통과하게 되어 있고,

이번에는 저 높은 곳을 어찌 오르나 싶으면 친절하게 계단이 놓여 있고,

간혹 잡목 사이를 걷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