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바느질하는 여자

솔뫼들 2016. 5. 5. 22:28
728x90

 

 

 중학교 때였나.

가정시간에 바느질하는 숙제를 내 주면 나는 늘 고민이 많았다.

하다 보면 땀이 고르지를 않아 다시 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

급기야 때로는 언니의 손을 빌기도 했고, 바쁜 어머니의 손길이 가기도 했고.

레이스 뜨기나 수 놓기나 바느질이나 내게는 다 그런 기억만 남아 있다.

 

 제목이 '바느질하는 여자'라는 책을 읽으며 그때 일이 생각났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느질이라고 해야 뜯어진 부위 조금 꿰매는 일 아니면 떨어진 단추 다는 일 정도 아닌가.

 

 평생 바느질만 하며 산 여자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짓무르고, 어깨가 쑤시고, 손목이 시큰거리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 바느질하는 여자에게서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구나 그 바느질이 보통 바느질이 아니고 누비바느질이니 무어라 더할 말이 없다.

그 눈금 하나하나 똑같이 누벼야 한다는 건 어쩌면 천형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을 소명처럼 평생 해온 사람의 이야기, 소설이기는 하지만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작가는 어떤 일이든 바느질과 연관을 시켜 표현을 한다.

음식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심지어 자연현상까지도 바느질과 관련된 표현을 한다.

그것이 무척 공감이 간다.

 자신이 하는 글쓰는 일도 바느질과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았을까.

몇 년 전 국악 전문가에게 강의를 들었을 때 다른 현상을 국악 용어로 표현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자신이 평소에 자주 접하고 익숙한 것에 다른 것을 연관시키는 것.

그러면서 그 진수를 깨달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닐까 싶다.

누비바느질을 한땀 한땀 뜨듯이 써내려간 책을 읽으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작가의 내공이 그 힘이리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  (0) 2016.05.20
하룻밤에 읽는 색의 문화사  (0) 2016.05.13
히말라야의 선물  (0) 2016.04.27
소소한 풍경  (0) 2016.04.21
4월의 물고기  (0) 201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