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이런 방대한 대하소설을 손에 든 것이.
잔뜩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겼다.
금강은 3부작으로 되어 있다.
조선시대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이 된 중종대부터 임진왜란이 발발한 선조대까지 금강을 중심으로 한 商團에서 백성이 주인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금강!
늘 그렇듯 강은 역사를 상징하겠지.
조정에서야 무슨 이유로 싸움이 그치지 않든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백성들의 삶도 그렇게 흘러가고,
그럼으로써 역사의 한 장을 채워 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3부작으로 된 이 작품은 소제목이 모두 여인의 이름이다.
연향, 미금, 부용.
대범하고, 지혜롭고, 강단있는 소리패와 상단의 행수들이다.
이 여인들이 작품 속의 어떤 남자들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데 작가는 어쩌면 당파싸움에 골몰하는 남정네보다 더 큰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보듬는, 모성애가 가득한 세상을 꿈꾼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백성들의 삶과 유리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가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그들을 살리는 존재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한산수라는 인물과 양주 땅의 임처사는 약간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부용의 아들 창을 등장시키기 위한 장치라 해도 개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책의 내용과 섞이지 않는다.
양주 땅의 임처사라는 인물은 임꺽정을 말하는 것 같은데 한산수가 그곳 반란에 끼어들었다가 사라지는 것도 그렇고.
물론 양현량이라는 존재도 부용의 아비이고 충암과 남원의 뒤를 잇지만 그리 존재감이 크지는 않다.
구성이 탄탄하지 못해 아쉬운 면이 있지만 늘 그렇듯 민생은 뒷전인 채 싸움에만 골몰하는 정치판을 보며
그 당시와 참으로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금강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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