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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셋째날 - 제주 현대미술관

솔뫼들 2025. 3. 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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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여유를 부려 본다.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금세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군.

바람은 역시나 세차다.

 

 간단한 차림으로 로비에 내려가 1층에 있는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향에 젖어 본다.

브런치로 유명하다는 카페 분위기도 차분하니 좋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진 풍경을 즐기는 시간이다.

 

 

 

 이제 저지문화예술인마을로 향한다.

차로 1시간 넘게 달려야 한다.

전에 갔을 때 현대미술관, 김흥수미술관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근처 예술인들이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집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했었지.

다들 개성이 있어서 공간도 독특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오늘은 월요일.

대부분의 국, 공립미술관은 월요일에 휴관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대체휴일에는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화요일에 휴관을 한단다.

고마운 일이다.

 

 제주 현대미술관을 찾으면 입구에서 멋진 작품이 맞아준다.

어서 오라고 환영을 해주는 느낌이 들지.

오래 전에 왔을 때 있던 작품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보며 손짓하니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진다.

작품도 나처럼 세월의 흔적이 보이네.

 

 

 현대미술관에서는 현재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 비엔날레 협력 전시라고 하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아트갤러리가 소장한 143점을 전시한단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갤러리는 플로렌스 필립스 부인이 런던에 거주할 때 자주 들렀던 미술관과 유사한 미슬관을 고국에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설립이 되었다고 한다.

대단한 꿈인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총동원해 밀고 나간 의지와 집념을 높이 사야 할 것 같다.

인상파의 상징과 같은 모네부터 현대 팝아트의 대가 앤디워홀까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대략이나마 현대 서양 미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대단한 전시라는 생각을 하며 미술관에 들어갔다.

 

                              (브로슈어에 있는 제라드 세코토 작품 사진 )

 

 평일이어서인지 시간이 일러서인지 관람객이 적어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는데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미술관이 1910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인종차별을 이유로 1940년이 되어서야 프랑스로 망명해 파리에 정착한 아프리카 작가 제라드 세코토의 그림을 처음으로 구입했단다.

얼마나 인종 차별의 벽이 높았는지 실감하게 된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고흐나 로댕, 부댕, 모네, 고갱, 뭉크, 세잔, 로트렉, 드가 등을 만날 수 있다.

제주에 오기 전 앙리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회에 다녀와서인지 로트렉의 판화에 더 눈길이 간다.

그림을 보니 로트렉이 창부들의 삶을 그리겠다고 그들과 함께 생활할 때 그린 그림 아닌가 싶다.

장애를 갖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작품을 세상에 남기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미술관 건물에서 나오니 정원에도 작품이 많다.

작품들을 둘러보며 걷자니 봄소풍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 우리 동네에 있는 작품과 비슷한 작품도 있네.

같은 작가의 작품이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반갑다.

 

 또 몇 번 뵌 적이 있는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

하늘공원에도 있고, 과천 현대미술관에도 있었지.

특징을 알기 때문에 금세 누구의 작품인지 알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서 작업을 이어가셨다고 하는데 오랜 작업으로 직업병이 생겼다고 들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한가하게 정원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제주 현대미술관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만든 강술생 작가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제주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연과 예술이 하나가 되어 생명력을 키워나가는 보금자리가 되기를 소망한 작품이라고 되어 있다.

작품을 보고, 미술관 건물을 보며 비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