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영월을 다녀와서 6 - 하루를 마무리하며

솔뫼들 2025. 1. 1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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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저녁을 먹고 어쩌다가 별마로천문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영월에서 꽤 유명한 곳이지요.

호텔에 일찍 들어가도 할 일이 없으니 친구는 별마로천문대 건물이라도 보고 오자고 합니다.

어차피 별마로천문대는 별을 보는 곳이고, 별을 보려면 밤에 방문해야 하니 시간도 적당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오늘 날씨가 구름도 없어 별을 보기 좋겠군요.

 

 별마로천문대 가는 길에 공사로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문구를 도로변에서 언뜻 본 것 같기는 합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보았으니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요.

새해부터 그런다고 본 것 같습니다.

 

 지도에서 보았을 때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데 거리가 꽤 멀더군요.

정말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입니다.

가로등도 없는 산길에 경사가 심하니 시속 30km 정도 가야 합니다.

혹시나 마주오는 차가 있으면 이런 구부러진 경사로에서 후진을 해야 하나 심장이 '쫄깃쫄깃(?)'해집니다.

 

 어찌 되었든 어두컴컴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 별마로천문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굳게 닫혀 있군요.

예약한 사람들만 버스를 이용해 올라올 수 있는 모양입니다.

영월 여행이 급하게 결정된 것인데다 천문대나 박물관 관련해 예습을 안 한 탓이 크네요.

별은 못 봐도 사진에서 보던 천문대 건물이라도 볼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허탈합니다.

저도 그런데 어려운 길을 긴장해서 운전하고 온 친구는 더하겠지요.

 

  ( 영월관광지도에 있는 사진)

 

 제가 차에서 내려보니 길이 좁아 차를 돌리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밤인데다 도로 옆에는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러울 것 같고, 경사가 있는 비탈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어두운 곳에서 소리지르며 여러 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 겨우 차를 돌렸습니다.

휴! 진땀이 나는군요.

 

 내리막길에서는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주오는 차량이 없기를 바라면서요.

그런데 급기야 대형버스가 올라오고 있군요.

예약한 사람들을 태워 오는 셔틀버스인가 봅니다.

 

 가까스로 도로 한쪽으로 차를 비켜 서니 버스도 조심스럽게 지나가더군요.

우리처럼 정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겁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여러 가지로 허탕을 치고 우여곡절을 겪는군요.

 

 내려가는 길도 속도를 못 내니 꽤 오래 걸립니다.

우리가 이런 길을 아슬아슬하게 올라갔구나 싶더군요.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 경사에 구절양장 같은 길 등으로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졌겠지요.

아무튼 다 내려오고 나니 한숨이 나옵니다.

 

 아무 생각없이 호텔로 차를 달립니다.

별마로천문대 올라갔다 오느라 시간이 꽤 되기도 했고요.

밤 8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주차를 하고 호텔에 들어가니 기분좋게 방이 따뜻하네요.

신축건물인데 난방을 위해 공기 순환 방식이 아니라 바닥에 온돌을 설치했더라고요.

영하의 날씨에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따끈한 온돌방에 들어가니 그대로 바닥에 눕고 싶어집니다.

세면대와 샤워실, 화장실이 분리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방도 널찍하고 깔끔하고요.

강이 보인다지만 한밤중에 살짝 창문을 열어보니 칠흑같은 어둠뿐입니다.

여기는 영월이니까요.

 

 

  씻고 나서 낮에 영월관광센터에서 산 '얼떨결에' 막걸리를 꺼냈습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연말이기도 한데다 종교를 떠나서 누구나 조금씩 들뜨는 날이라고나 할까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면서 친구와 막걸리로 건배를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헛걸음을 하기는 했지만 오늘 나름대로 꽤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마음이 맞아 둘이 잘 지낸 것도 고맙지요.

무사히 올 한 해를 보낸 것에도 감사를 해야 하고요.

생각해 보면 세상에 감사할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분좋게 연분홍빛 막걸리를  마시는 밤입니다.

술 마실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살짝 달큰한 막걸리에 취해 볼까요?

영월의 겨울밤이 깊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