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영월을 다녀와서 5 - 동강사진박물관

솔뫼들 2025. 1. 1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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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해가 설핏해지기는 했지만 저녁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입니다.

그래서 박물관 도시인 영월에서 박물관을 한 군데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라디오스타박물관이나 동강사진박물관에 끌렸는데 친구의 의견을 물으니 종교미술박물관을 가자고 합니다.

친구가 종교에 관심이 많고, 선돌에서 종교미술박물관이 가까우니 그곳에 가기로 합니다.

 

 차는 좁은 길을 달립니다.

아니 달릴 정도가 안 됩니다.

마주오는 차가 있으면 후진을 해서 밭 가장자리로 길을 비켜주어야 할 정도로 좁은 길이거든요.

오른쪽으로 도랑이 있고요.

산그늘 때문에 길도 어두운 느낌이 드는군요.

물론 가로등도 없는 길이고요.

친구는 무슨 박물관을 이런 곳에 만들어놓았느냐고 투덜거리면서 운전을 합니다.

정말 산골입니다.

 

 겨우 종교미술박물관 앞에 도착하니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허름한 창고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마당에 종교 관련된 조각상이 몇 개 보이기는 하네요.

어찌 되었든 헛걸음을 한 셈입니다.

 

 

 이번에는 차를 돌려 영월 중심가에 있는 동강사진미술관에 가기로 합니다.

동강사진미술관은 건물 외관부터 미술관답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네요.

매표소에서 문 닫을 시간이 가까우니 순서를 잘 정해서 관람을 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그 소리에 먼저 건너편 건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는 영월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그림의 소재도 당연히 영월 풍경이지요.

영월의 山河가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한 소나무가 용틀임을 하기도 하고요.

대작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마음이 바빠 다시 본관으로 건너옵니다.

영월 10경 사진을 한반도 모양 지도로 만든 것이 눈길을 끕니다.

영월에는 재미있게도 한반도 모양 지형이 있다고 '한반도면'이라는 행정명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방랑시인 김삿갓의 이름을 딴 '김삿갓면'도 있고요.

영월이 무릉도원처럼 낙원이라고 여기는지 '무릉도원면'도 있더라고요.

영월 10경 한반도 지도를 보고 우리가 다녀온 곳을 손꼽아 봅니다.

 

1950년대 ~ 1980년대까지 사진을 전시한 공간을 둘러보았습니다.

1955년 횡계에서 두루마기를 입은 어르신들이 사람들이 스키를 신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진이 있군요.

그 시절에는 무척이나 신기한 모습이었을 겁니다.

철길 옆에서 빨래를 하는 모습도 있고, 어린 아이가 연탄지게를 지고 골목을 올라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 먼 과거 이야기가 아닌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본다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이 보니 감개무량하더라고요.

'그때는그랬지.'라고 하면서 친구와 나누는 이야깃거리가 많아졌지요.

 

 

 문인의 사진전도 있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작가들이 많지요.

서정주 시인 사진도 있고, 박목월 시인 사진도 있네요.

우리는 그들을 시인으로 기억하지만 아주 평범해서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드는 사진입니다.

 

 유명한 국문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양주동 박사 사진도 보입니다.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었군요.

서정주 시인과 박목월 시인은 다른 사진에서 많이 접했지만 양주동 박사 사진은 처음 봅니다.

손자가 아닐까 싶은데 그도 자애로운 할아버지이셨겠지요.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사진에서 성격이 드러나는 것도 같군요.

 

 

 동강사진미술관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합니다.

서부시장 근처에 맛집이 많다기에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군요.

하기는 코로나19 이후 수도권 상점도 일찌감치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지방 중소도시는 더하겠지요.

 

 결국 제가 찾은 정보를 보고 닭갈비 맛집을 방문했습니다.

규모는 작은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오랜만에 먹는 철판 닭갈비는 그리 달지 않아 입맛에 맞았습니다.

여기도 가성비가 참 좋군요.

전체적으로 영월 음식 가격이 싼게 아닐까 싶습니다.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