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여행기 2 - 요산공원
본래 계획에는 임실치즈테마파크에 들렀다가 국사봉과 오봉산을 아울러 타려고 했는데 도로 사정으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산행은 바로 포기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공원을 둘러보면 어떨까 해서 요산공원으로 차를 달린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요산공원까지는 거리도 꽤 되지만 길이 꼬불꼬불해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임실에 산이 많구나.
드문드문 마을은 있는데 오가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인다.
도로에 차량도 거의 없다.
임실도 인구 소멸 위기지역이겠군.
달리다 보니 은행나무가 도로 양 옆으로 줄서 있는 도로가 나왔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가는 사잇길을 달리며 잠깐 차에서 내려 이 풍광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
누구나 혼자 가을로 간다
누구나 혼자 조용히 물든다
가을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대 인생의 가을도 그러하리라
몸을 지나가는 오후의 햇살에도
파르르 떨리는 마음
저녁이 오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저 노란 잎의 황홀한 적막을 보라
은행나무도
우리도
가을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도종환의 < 노란 잎 > 전문
요산공원 주차장을 찾으니 내비는 옥정호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옥정호 입구에 요산공원이 있는 줄도 몰랐으니 예습을 엉터리로 했네그려.
옥정호는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을 만들면서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과 정읍시에 걸쳐 있으며 운암호로 불리기도 한다.
조선 중기에 한 스님이 이곳을 지나다가 '머지 않아 맑은 호수, 즉 玉井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하여 옥정리라 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옛날 운암호 또는 섬진호로 부르던 것을 옥정호로 고쳐 부르게 되었단다.
주차장은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몹시 협소했다.
들어오는 길 한쪽으로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더니만 이유가 있었네.
오후 4시가 가까워서인지 다행히 나가는 차들이 있어 바로 주차를 했다.
옥정호 출렁다리를 작년에 개통했다더니 아직 제대로 단장이 안 된 모양이다.
얼마 전 가을 축제를 한 것 같은데 주차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주차를 한 후 요산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붕어섬 오가는 출렁다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은데 요산공원은 한가하다.
관광버스를 이용해 온 사람들이 단체로 출렁다리를 건너 붕어섬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 같다.
붕어섬 입장은 오후 4시로 끝난다는 안내방송이 연이어 나온다.
낮이 짧아졌으니 붕어섬을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오후 4시까지만 입장을 시키나 보다.
요산공원은 2009년부터 9년간 진행한 붕어섬 주변 생태공원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졌으며, 임진왜란 당시 낙향한 성균관 지사 최응숙 선생이 세운 누각인 양요정과 섬진강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고자 세운 망향탑이 있는 곳이다.
요산공원 올라가는 길에는 국화가 예쁘게 피어 있다.
한창 울긋불긋한 단풍이 요산공원을 물들이고 있고.
11월 중순 임실에서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되네.
잎을 떨군 감나무에 다닥다닥 매달려 있는 감도 보인다..
감이 참 작다 싶었는데 감나무 사진을 찍던 어떤 사람이
"감이 참 크기도 하다." 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바라보며 푸하하 웃었다.
한적한 길을 따라 걷는다.
금방 兩樂亭에 도착했다.
양요정은 '智者樂水 仁者樂山'이라고 하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본래는 요산공원 동쪽 산 아래에 있는 강가에 있었는데 섬진강댐을 준공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안내문에 씌어 있다.
그 아래쪽에는 망향탑이 서 있다.
댐 건설 전에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고향을 잃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나도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잃어버렸지만 고향이 물에 잠기는 건 그것과는 또다른 느낌 아닐까 싶다.
요산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데크길로 내려선다.
옥정호 주변으로 '옥정호 마실길'이라는 이름의 둘레길이 있다고 한다.
여기도 그 길 중 하나이겠지.
이름이 '외앗날길'이었네.
일단 붕어섬 입구까지 가서 경치 구경을 한다.
색색깔 단풍옷을 입은 섬이 참 예쁘다.
내일 기분좋게 붕어섬 구경을 하겠구나.
붕어 모양의 주탑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