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노르웨이 피오르 트레킹 (8) - 프레이케스톨렌

솔뫼들 2024. 9. 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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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피곤해서인지 노르웨이에 와서는 잠을 잘 잔다.

무척 다행이다.

 

 아침에 일어나 잊은 건 없는지 짐을 다시 한번 챙겨 본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후 캐리어를 짐칸에 넣고 버스에 오른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도시락 봉투를 배낭에 넣고서.

 

 오늘은 어제보다 트레킹 난이도가 낮고, 거리도 짧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어제 접질린 발목이 부실하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볍다.

다만 흐릿한 하늘이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

 

 언뜻 들으니 어제 넘어진 곳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파스를 붙였느니 소염제 연고를 발랐느니 하는데 모두 잘 버티겠지.

그런데 우리와 달리 약을 종류별로 많이 준비해온 모양이다.

우리는 먹을거리도, 약도, 장비도 최소한으로 준비했는데 우리와는 많이 다르네.

 

 

 1시간쯤 걸려 프레이케스톨렌 입구에 도착했다.

어제 보았던 가이드가 한 명 나와 있다.

왜 혼자 왔느냐고 하니 본래 혼자 일을 하는데 어제는 특별한 일이 없던 형이 도와 주러 온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 안 온 가이드가 'little brother'라고 하기에 농담인 줄 알았더니 진짜로 다섯 살 아래 동생이란다.

두 사람 모두 인상이 참 좋다.

 

 오전 9시, 오늘 갈 트레킹 코스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듣고 발을 옮긴다.

오늘 역시 원점회귀하는 코스이다.

프레이케스톨렌도 뤼세피오르에 있고, 해발 604m에 널찍한 바위가 펼쳐져 있는 풍광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단다.

안내도를 보니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계속 오르막길이다.

사실 오르기에 힘이 안 든 산이 어디 있으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본격적으로 산길에 들어서기 전 가이드는 발 아래 내려다보이는 집을 가리키며 자신의 증조부가 스웨덴에서 이민 와서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자신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가이드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가이드의 증조부는 평생 그곳 산자락에서 목수 일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런 영향으로 증손주들이 트레킹 가이드라는 직업을 선택했을까?

 

  빨간 마가목 열매가 줄줄이 달려 환한 길이다.

노란 들꽃도 피어 있고, 초롱꽃을 닮은 꽃도 피어 있다.

꽃을 보면 마음이 환해지는 건 나뿐일까?

 

 

 프레이케스톨렌은 쉐락 볼튼과 달리 나무가 보인다.

언뜻 보면 나무도 있고, 바위도 있는 것이 관악산 비슷한 느낌을 주네.

수시로 비가 와서 그런지 붉은 빛깔의 버섯도 보인다.

버섯을 보고 내가 반가워 사진을 찍자 가이드가 독이 있다고 알려 준다.

빛깔이 선명한 버섯에 주로 독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

 

적당한 바윗길이 이어진다.

돌계단도 참 많다.

그래도 경사가 급하지 않으니 이 정도면 아주 착한 길이지.

 

 등산로가 무난해서인지 어제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초보자도 올 수 있는 구간이라고 소문이 난 게지.

하기는 언니가 패키지관광을 와서 이곳을 다녀갔다고 하니 여행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볍게 여기는 건 분명하네.

 

 

데크길이 나온다.

걸으면서 보니 양 옆이 늪지이다.

늪지를 보호하기 위해 데크를 설치한 모양이네.

이곳 늪지의 식생도 독특하지 않을까.

아는 것 없어도 유심히 살펴본다.

 

 가다 보니 납작한 돌을 깔아 등산로를 정비해 놓은 곳이 나온다.

하기는 돌계단도 사람이 힘들여 만들었겠지.

쭈욱 자연 그대로의 등산로를 이용하다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10년 전쯤 네팔 사람들을 고용해 등산로를 정비했단다.

계단도 만들고, 데크도 만들고, 안전줄도 띄워 놓고...

오가기 편하게 만들어놓은 길이다.

그러니 걷기에 한결 수월하지.

 

 전망 좋은 곳이 나왔다.

날씨가 맑으면 더 좋았겠지만 흐린 날씨에 비가 참아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 하면서 친구와 사진을 찍는다.

여기 왔을 때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못 보고 가서 아쉬웠다는 글도 인터넷에 많지 않던가.

이 정도면 감사해야겠지.

 

 

 산 중턱에 호수도 있네.

오늘은 날씨 때문에 호수에 뛰어드는 사람이 없지만 날씨가 좋으면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있단다.

산을 오르다가 땀을 식힐 겸 수영을 즐긴다?

그런 호사가 또 있을까?

우리는 보통 산을 타고 내려와 계곡에서 탁족을 하는데 말이다.

 

 호수를 지나고 내처 걷는다.

여기는 혹시 흙길이 있을까 했더니만 역시나 돌길이다.

노르웨이 산이 대부분 돌로 이루어졌다는 말이겠지.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비도 살살 내리는군.

그래도 아직까지는 자켓으로 견딜 만하다.

 

 

 안전을 위해 줄이 드리워진 곳을 지난다.

여기에는 자물통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완전히 중국풍이다.

여기까지 침범한(?) 중국의 힘이라니...

하기는 오르는 길에 보이는 아시아 사람이 대부분 중국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