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원주 일기 1 - 간현봉

솔뫼들 2024. 7. 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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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주말에 차를 몰고 원주로 달렸습니다.

스페인 여행 다녀온 후 여행기 쓴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더니 좀 답답했거든요.

날씨가 좋군요.

주말마다 날씨가 심술을 부렸는데 다행히 내일 저녁부터 비가 온다나요.

그리고 원주는 그리 멀지 않으니 부담이 되지도 않지요.

 

 아무래도 주말이니 도로에 차가 많군요.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가다가 광주 휴게소에 잠시 들러 아이스커피 한 잔으로 정신을 차려 봅니다.

운전도 친구와 교대를 하고요.

 

 다행히 수도권을  빠져나가자 교통 흐름이 원활합니다.

오전 11시 40분경에 소금산 그랜드밸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차가 많은지 임시 주차장으로 가라고 안내를 하는군요.

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살고 잘 노는구나 싶습니다.

 

 주차를 하고 바로 소금산 그랜드밸리로 들어갈까 하다가 시간이 애매해 친구한테 물어봅니다.

친구는 아침을 안 먹으니 배가 고프다고 하네요.

안으로 들어가면 먹을데가 없으니 조금 시간이 일러도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근처에는 어떤 맛집이 있는지 미처 조사를 못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을 하는데 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보더니 친구가 민물매운탕을 먹자고 합니다.

평소에 민물매운탕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지만 어쩌다 먹을 수도 있지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평점이 그런 대로 괜찮다고 합니다.

 

 다리를 건너 매운탕집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현수막에 쓰인 곳이 아니라 다른 매운탕집이 보이네요.

저기는 어떨까 하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현수막에  쓰인 곳보다 평점이 더 좋다고 합니다.

부지런히 발길을 합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군요.

주인은 우리에게 다음부터는 예약을 하고 오라고 합니다.

주로 예약 손님을 받는다고 하네요.

우리는 가장 가격이 비싼 잡어매운탕을 주문했습니다.

약간 흙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국물맛도 좋고, 양도 많아 푸짐하네요.

 

 모든 반찬은 국산 재료로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금세 쑨 묵도 맛있고, 깍두기도 적당히 익어 자꾸 젓가락이 갑니다.

수십 년 된 노포라더니 주방에 계신 주인장 어머니께서 조리를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불친절해 보이던 주인도 넉살좋고 인심좋게 라면사리에 누룽지까지 챙겨주네요.

입담 좋은 주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덕분에 제 양보다 더 먹었습니다.

잘 먹었으니 오후에 많이 움직여야겠군요.

 

 우리가 나올 때쯤에는 음식점에 손님이 많이 찼습니다.

다음에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온다면 여기를 다시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납니다.

주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음식점에서 나와 아까와는 반대편 길로 들어섭니다.

주차장에서 소금산 가는 길보다 거리가 짧다고 하더라고요.

나무가 있어 그늘이 있으니 뙤약볕 아래를 걷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고요.

오른편으로 섬강을 끼고 걷는 길입니다.

 

가다 보니 간현봉 이정표가 나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일단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그냥 놀이터(?)에서 놀기만 하는 건 재미가 없지요.

간현봉까지 2.4km라고 되어 있네요.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빨리 올라가면 1시간쯤 걸리겠군요.

왕복 2시간쯤 걸리겠다 생각하고 출발합니다.

 

 

 초반부터 계단이 이어집니다.

산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소금산이 해발 300m대 중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은 산인데 바위가 있어서 멋지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요.

 

 무거운 몸을 끌고 올라갑니다.

그래도 나무가 우거져서 다행입니다.

거기에 바람도 살살 불어주니 산행하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날씨네요.

 

 그런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산이군요.

정상 해발고도가 낮아도 오르락내리락 경사가 심합니다.

앞에 보이는 것이 간현봉인가 싶으면 아니고, 이번에도 그런가 싶으면 아니고...

오른편의 소금산 그랜드밸리 전망을 즐기며 몇 번 다리쉼을 합니다.

 

 

 꽤 걸은 것 같습니다.

산에서는 1km가 생각보다 멉니다.

초행길이라 얼마가 남았는지 답답한데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그나마 가늠이 되는군요.

 

 가다 보니 나무에 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원주 굽이길'이라고 되어 있네요.

길은 잘 나 있고, 안전장치도 되어 있는 걸 보니 원주둘레길 중 하나인가 봅니다.

그런데 토요일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하나도 안 보입니다.

인기 있는 길이 아닌가 싶어지는군요.

 

 정상 가까이 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처음으로 앞에서 오는 중년 여성 산꾼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간현봉이 처음이라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소금산 그랜드밸리로 연결될까 물어보니 그 사람들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배낭에 달린 리본에 원주 산악회 이름이 붙어 있어서 잘 알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지요.

 

 

 그들과 헤어져 마지막 힘을 내어 봅니다.

간혹 바위를 넘어가야 하기도 하고, 넘어진 나무를 비켜가야 하기도 합니다.

오후 1시 45분 간현봉(해발 386m)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오르막 산길이다 보니 부지런히 걸었어도 1시간쯤 걸렸군요.

 

 처음 오는 산이니 증명사진 한장씩 남기고 왔던 길로 다시 접어듭니다.

내려갈 때는 훨씬 속도가 빠르지 않을까 싶군요.

몸도 가벼워져 룰루랄라 콧노래도 나옵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희한한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근처에 사는 사람인지 반려견까지 동행하고 있더군요.

조금 뒤에는 여자가 따라가고 있고요.

두 사람 분위기가 비슷하니 부부 아닐까 싶네요.

간현봉 산행에서는 올라갈 때 한 팀, 내려갈 때 한 팀 만났습니다.

주말인데도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 산입니다.

40분만에 하산을 완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