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셋째날 (2) - 다랑쉬오름
이번에는 비자림 근처에 있는 다랑쉬오름을 찾는다.
다랑쉬오름에 관한 이야기는 10여년 전 대학동창에게서 처음 들었다.
한때 제주도에 내려가 살 계획을 세웠다는 친구는 제주도 오름을 다 가보았다고 했다.
그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느냐는 질문에 자기는 다랑쉬오름이 가장 좋았단다.
그 후 다랑쉬오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가 보아야겠다 생각을 했다.
제주도에는 오름이 368개 있다고 한다.
내가 올레길을 걸으며, 또는 사려니길이나 산행을 하면서 걸은 오름만도 수십 개는 될 것 같다.
어제 우도에서도 쇠머리오름을 다녀왔고, 그제 새별오름에도 올랐지.
이번에 제주도를 떠나기 전까지 오름 몇 군데를 더 가게 되지 않을까.

다랑쉬오름 입구에는 오름 안내소도 있었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겠지.
주차를 하고 나서 안내문을 보니 다랑쉬오름이 '오름의 여왕'이라 불린다고 되어 있다.
분화구를 품고 있는데다 경치가 아름답고 화산체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되어 있네.
다랑쉬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분화구가 달처럼 둥글다' 하여 지역민들은 다랑쉬라고 부른다 하고, 학자들은 '높은 봉우리를 가진 오름'이라는 우리 옛말 '달수리'에서 다랑쉬가 유래했다고 한단다.
어떻게 하여 생긴 이름이든 오름의 토박이 이름을 들으면 금세 머리 속에 무언가가 그려진다.
안내문을 읽어볼수록 얼른 올라가보고 싶어지는군.

헉! 그런데 초입부터 가파른 계단길이다.
게다가 오가는 사람들을 보니 스틱을 들고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한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우리 스틱은 한라산 등산을 할 때만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가방 속에서 잠자고 있는데...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올라가야겠다.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간다.
쭉쭉 뻗은 삼나무에서 싱싱한 기운을 받으면서.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돌아보니 아끈다랑쉬오름이 내려다보인다.
아끈다랑쉬오름은 사유지라고 했던 것 같다.
희미하게 길이 보이기는 하지만 올라가는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인다.

다랑쉬오름은 분화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도록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오른쪽으로 돌기로 했다.
숲길이어서인지 눈이 꽤 보인다.
다행스럽게 생태매트가 깔려 있다.
미끄러질까 조심하면서 걷는데 눈의 서늘함이 느껴진다.
숲길을 벗어나니 억새가 춤추는 길이 나타난다.
제주도에는 정말 억새가 많군.
여기는 해발고도가 출발점보다 높아서 그런지 눈이 더 많이 쌓여 있다.

30분도 안 되어 월랑봉이라고도 하는 다랑쉬오름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382m라고 했지.
다랑쉬오름 정상에는 '望哭의 자리'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조선시대 효자로 소문난 홍달한이 꼭대기에 올라와 국왕의 승하를 슬퍼해 마지 않던 자리이다.
1720년 숙종 임금이 돌아가시자 그는 이곳에 올라와 설단분향, 수평선 너머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애곡했으며 삭망(초하루, 보름)에도 반드시 올라와 분향하며 산상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그는 뒤에 충효의 이름으로 정려되었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 다랑쉬오름 편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네.

주변을 한번 둘러본다.
움푹 들어간 분화구가 내려다보인다.
분화구 깊이가 110m에 이른다고 하니 꽤 깊은 셈이다.
사진 몇 장 찍고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긴다.
올라오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꽤 많다.
길 옆으로 쉴 만한 공간을 만들어 놓아서인지 점심을 싸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것도 보인다.
길 옆으로 눈에 익은 나무가 연이어 나타난다.
주로 바닷가에서 만난 나무인데 입에서 나무 이름이 나오지를 않네.
혀끝현상이 심각하다.
굴업도에도 많고, 영흥도에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군락지가 있는 나무였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걷다 보니 소사나무 군락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그래, 소사나무였지.
제주도에서 다랑쉬오름에 가장 큰 소사나무 군락지가 있단다.
길 옆으로 소사나무가 도열해 있는 것이 보인다.
소사나무가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하니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올라갈 때는 등에 땀이 날 정도였는데 내려올 때는 금세네.
1시간쯤 걸려 다랑쉬오름에 다녀왔다.
다랑쉬오름에 관한, 그리고 제주도의 모든 오름을 정리한 책자 없을까 하고 안내소를 찾으니 점심시간이어서인지 문이 잠겨 있다.
우리에게 점심을 먹으러 가라는 소리 같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