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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제 트레킹 (2) - 오오시미즈에서 쵸죠산장까지

솔뫼들 2023. 10. 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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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아침에 다다미방에서 눈을 떴습니다.

숙면 덕인지 몸이 개운합니다.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나가니 일행이 묵는 옆방에서도 문이 열리네요.

부지런한 분들은 아침에 한번 더 온천욕을 하셨답니다.

어쩐지 피부가 반짝반짝한다며 웃었습니다.

우리만 내리 푹 잤군요.

 

 이곳 온천에는 몸에 좋은 어떤 성분이 있느냐 했더니 강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단순온천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단순온천은 섭씨 25도 이상이고 물 1kg 중에 유리 탄산 및 고형 성분의 함유량이 1,000mg 이하인 온천이라고 하네요.

어찌 되었든 물이 순하고 매끄럽습니다.

 

 오늘 일정을 생각해 열심히 아침을 챙겨 먹습니다.

역시 뷔페라 골라먹기 좋지요.

계속 걸을 예정이고, 산장 식사보다는 여기가 나을테니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먹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긴 다음 잠깐 호텔 주변을 둘러봅니다.

언제 비가 쏟아졌나 싶게 하늘은 쾌청하고 새소리가 상쾌하네요.

어제 호텔에 들어올 때는 시간이 늦어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었지요.

 

 호텔 바로 뒤쪽으로 계곡이 흐릅니다.

방에서 그런 자연을 하나 가득 느낄 수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군요.

茶卓을 앞에 두고 앉으면 바로 녹음을 느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시간이 있다면 한 나절쯤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좋을 듯한데 아쉽습니다.

배낭을 메고 바로 떠나야 하니 말입니다.

 

 차에 올랐습니다.

1시간 가량 달려 차는 우리를 내려 놓았습니다.

기사의 설명에 따르면 초입은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 길이니 셔틀 택시(?)를 이용하는게 좋다고 합니다.

셔틀 택시는10명쯤 타는 승합차인데 1인당 700엔을 받습니다.

4km 정도를 타고 갈 수 있지요.

 

 셔틀 택시 기사가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한글로 된 안내지도를 주는군요.

한국인이 많이 찾아서 그렇다고 해도 조금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전에 북알프스와 홋카이도에 트레킹을 왔을 때는 어떠했는지 기억이  안 나 우리나라만 인심좋게 등산 안내지도를 무료로 나누어주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지도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네요.

 

 반면 칠레 파타고니아에서는 지도를 꽤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대만 설산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앞으로 계속 볼 것도 아니니 결국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요.

 

 

 

 오제 국립공원은 군마, 후쿠시마, 니가타, 도치기  네 개 현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으로 광대한 습원이 유명합니다.

오제가하라 습원, 오제누마 호수, 시부츠산, 히우치다케산이  많이 알려져 있지요.

오제에는 눈이 많이 내려 겨울에는 출입이 제한됩니다.

그래서 산장이 5월 중순에 열리고 10월 중순이면 폐쇄된다지요.

5월에 오제가 열렸을 때 운이 좋으면 산꼭대기에 쌓인 눈과 함께 하얗게 피어난 물파초를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물파초는 고산 습지식물로 오제의 상징처럼 된 식물이지요.

오제는 계절마다 특이한 고산 습지식물이 다양하게 피어난다고 합니다.

 

 오제 습원의 넓이는 서울의 60%에 해당한다고 하지요.

습원 위에 놓인 목도의 길이는 무려 65km에 달한다고 하고요.

엄청나게 넓은 습지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고 일본에서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엄격하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저는 박혁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속도'에서 오제를 접했습니다.

제목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일부분이 EBS에서 '길 위의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방영이 되기도 했지요.

영화는 오제 입구에서 산장까지 등짐으로 식품을 나르는 '봇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등짐을 지는 사람들은 오제에만 남아 있다고 하지요.

묵묵히 80kg 이상 되는 등짐을 지고 자신의 삶의 무게라 여기며 균형을 잡는 사람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게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가난한 나도

마음껏 즐기는

청풍명월

 

돈 없는 나도

한껏 누리는

따사로운 햇볕

 

소유하지 않고도

향유하는

대자연

무한의 행복

 

 이문조의 < 행복 > 전문

 

 

  제가 가본 고산습지로 우리나라에서는 대암산 용늪이 떠오릅니다.

강원도 인제와 양구에 걸쳐 있는 용늪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람사르 습지에 지정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식물이 있어서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지요.

 

 중국에서는 산악회 어른의 초청으로 중국 대륙 동북부 五常이라는 곳의 봉황산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 국가공원으로 지정된 봉황산 역시 정상 부근이 늪지로 이루어져 있지요.

늦가을에 방문하는 바람에 쓸쓸한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너른 습지에 살짝 얼음이 언 모습이 꽤 매력적이었던 곳입니다.

다른 계절에 방문한다면 정말 멋진 풍경을 기대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었지요.

 

 우리나라 대암산 용늪이나 중국 봉황산 늪이나 이곳 오제 습원이나 모두 늪지와 특별한 식물 등을 보호하기 위해 데크가 놓여 있습니다.

외래종의 유입도 신경을 써야 하지요.

대암산 용늪에서 최근 외래종 퇴치를 위한 행사가 열렸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어느 곳이든 한번 훼손되면 복원되기는 쉽지 않겠지요.

 

 택시에서 내리니 무료휴게소가 보입니다.

잠깐 배낭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트레킹 준비를 합니다.

오오시미즈가 해발 1180m이고 쵸죠산장이 해발1667m에 위치해 있으니 500m 가량 올라가야 하는 셈입니다.

셔틀택시를 타는 바람에 4km를 줄였으니 쉬엄쉬엄 올라가도 되겠네요.

 

 

 오전 9시 20분 카메라가 돌아가는 앞에서 최대표가 오늘 일정을 설명한 후 구호를 외치고 오오시미즈에서 오제누마 호수를 향해 출발합니다.

오늘 6km 조금 넘게 걸으면 산장에 도착합니다.

고도를 500m 올린다고 해도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겠군요.

 

 계곡 물소리가 우렁찹니다.

이곳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 것 같습니다.

오제 습원 트레킹을 할 때 내리 비와 안개에 갇혀 있었다는 글을 몇 번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천 대비 준비도 철저히 했고요.

물론 덕분에 배낭이 무거워지기는 했지요.

 

 산장에서 2박 하면서 갈아입을 옷과 간식, 그리고 물 무게까지 합하면 10kg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와 제 배낭은 크고 무거운데 세 분 배낭은 작고 가벼워 보이니 무슨 일일까요?

제가 쓸데없는 걸 많이 넣었나 싶습니다.

나름대로 한참 고민해서 짐을 쌌는데 말이지요.

 

 김 PD 배낭은 작아도 무거울 겁니다.

카메라 관련 장비가 다 들어 있으니까요.

배낭 앞쪽에 태양열로 충전을 하는 장비도 매달았군요.

많은 전기를 충전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유용하겠지요.

무거워 보여서 물어 보았더니 생각보다 무게는 많이 안 나간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