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백운산 (3)
봄 가뭄이 유난히 심하다더니 동강에도 물이 적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날 거라고 하던가.
말로는 기후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었나 돌아보게 된다.
가능하면 이산화탄소 배출 줄이는데 동참해야 하는데...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곳곳에 '추락 위험'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보면 더 몸이 오싹 하는 느낌이다.
산악회 대장도 강쪽으로 드리워진 줄 너머로 넘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넘나들겠지.
나도 넘어갔다 왔으니까.

급경사길은 어느 정도 멈춘 것 같다.
갈림길이 나오네.
이정표를 보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정상에서 우리 사진을 찍어준 분이 칠족령을 갔다가 가야 한다고 일러 준다.
그분은 백운산 초행이 아닌 모양이다.
무거워진 몸을 끌고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칠족령 전망대까지는 200m라고 한다.
그리 험한 경사는 아닌데도 이미 지쳐서 그런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숨을 몰아쉬면서 발길을 옮긴다.
칠족령에는 별다른 안내판도 없다.
옛날 산 아랫마을에 살았다는 이 진사와 개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이진사가 기르던 개가 어느 날 옻나무액을 담아둔 통을 엎고 사라졌는데 발자국을 따라 쫓아 올라가보니 금강산에 버금가는 황홀경이 나타났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옻 칠(漆), 발 족(足)자를 써서 '칠족령'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내리막길을 조금 가자 칠족령 전망대가 보인다.
여기를 꼭 다녀가라고 했었지.
칠족령 숲길은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길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樹種이 다양해 풍요로운 숲이라는 설명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1.5km라고 하니 이렇게 지치지 않았다면 한번 걸어볼 만한 거리네.
칠족령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여기까지만 왔다 가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칠족령 전망대에 서니 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강은 하산하는 동안 계속 보았으니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강원도 사투리로 '뼝대'라 부르는 절벽이다.
정말 절경이다.
하늘벽이라 이름 붙은 저곳 걸어보고 싶다.
아쉬운 마음에 한참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제 정말 마음 편한 하산길이다.
평지에 가까운 길이니 한결 여유롭다.
가다가 엄나무순을 따던 사람을 만났다.
왜 다시 올라오느냐고 하니 칠족령 전망대를 거치지 않고 그냥 하산을 하다가 뒤돌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럴 뻔 했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니 다녀오라고 하고 우리는 내처 가던 길을 간다.
가다 보니 산성이 있었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삼국이 각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 같다는데 정확한 기록이 없다고 하네.
강 건너편의 고성산성과 축조시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만 한단다.
늘 그렇지만 기록이 그만큼 중요하다.


조롱조롱 매달린 둥글레 꽃과 눈인사를 하고 양지꽃과도 미소를 나누는 길이 이어진다.
자잘한 봄맞이꽃도 멍석을 펼쳐 놓은 듯 피어 있네.
오후 2시 30분 하산을 완료했다.
일단 몸이 시원한 것을 찾고 있다.
백룡동굴 마트라고 있었지.
그곳을 찾아가 시원한 음료를 사서 평상에 앉는다.

마트 주인 말에 의하면 칠족령 내려오는 코스는 길이 험해 1년에 몇 건씩 사고가 난다고 한다.
정말 잠시라도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인 코스이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이다.
하산을 하면서도 땀이 날 정도로 힘든 길이었지.
그래도 처음 온 산에서 진하게 산행을 해서 뿌듯하다.
험한 길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계속 투덜대던 친구도 산행을 끝내고 나니 만족스런 표정이다.
정해준 시간보다 무려 1시간 30분이나 일찍 내려왔으니 이제 뭘 하지?
백룡동굴은 아주 조용하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평창군에서 행사가 있어서 백룡동굴 탐방을 쉰다고 하네.
강물을 내려다보면서 쉬고 있자니 대장이 동강할미꽃 군락지를 찾아간단다.
거리가 멀지 않다고 하여 우리도 갈까 했더니만 마트 주인 왈, 진작에 다 졌단다.
아니나 다를까 동강할미꽃 군락지에 다녀온 대장이 수염만 바람에 날리더라고 전해 준다.

대장한테 사람들이 다 내려오면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자고 했다.
주말이라 어차피 도로는 밀리겠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가서 쉬면 좋겠지.
다행히 사람들이 빨리 내려와 예상시간보다 일찍 출발했다.
가는 길에 치악휴게소에 들렀다 버스는 이내 서울로 달린다.
잠깐씩 서행을 하기도 하지만 출발점에 오후 7시 좀 넘어 도착했으니 저녁을 먹을 시간도 충분하네.
하루를 이렇게 또 잘 보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