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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기 15 -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솔뫼들 2023. 3. 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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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고 사람들이 볼일을 보러 멀리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사람이 손톱만하게 보일 만큼 가서 남자들은 방향을 틀고 볼일을 본다.

그럼 여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여자들이 안절부절 못하는 걸 본, 눈치 빠른 재석씨가 파라솔을 들고 멀찍이 가서 뉘여 놓는다.

저절로 가림막이 되었군.

순간 여자들이 줄을 서서 소금 사막에서 볼일을 보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표시도 나지 않지만 자연을 훼손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네.

 

 이런 일이 있는데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나는 소금을 어떻게 먹을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사흘 정도면 불순물이 저절로 정화가 된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으니 염려할 것이 없다고 하네.

하기는 바다에서 수영을 할 때도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나.

그 물을 증발시켜 천일염을 만드는 것이고.

우리는 여하튼 그 소금을 식용으로 사용한다.

 

 다시 차에 오른다.

차가 어디론가 한참을 달리다가 우리를 내려놓았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고 건물도 보인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탑에 '다카르'라고 되어 있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 다카르랠리가 개최된 것을 기념하는 탑이라고 한다.

 

 

 다카르랠리는 인간이 엔진 달린 지상용 탈것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레이싱 중 하나인데 초기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사하라를 넘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를 돌아 다시 파리까지 오는 경기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해마다 코스가 달라지고 있는데 이곳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도 다카르랠리가 열렸다는 것이다.

다카르랠리는 상금도 없다는데 목숨을 걸고 險路 수천 킬로미터를 달리는 경기에 사람들이 몰리는걸  보면 사람들의 도전정신은 정말 끝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다음에 있는 조형물은 또 뭐지?

사람들이 층층이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번갈아 올라가라는 주문을 받고 올라가 자세를 취해 본다.

오늘 소금 사막에서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기분이다.

사실 70년대 어린 시절에는 시골에서 이렇게 놀거리도 없었지만.

 

 

 한바탕 단체로 놀다가 30여 분 시간을 주면서 주변을 둘러보란다.

일단 여러 나라 국기가 펄럭이는 곳으로 가 본다.

우리나라 태극기는 두 개나 달려 있군.

세계 모든 나라 국기들이 달려 있는게 아닌데 태극기가 빠지지 않았다는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나라 여행사에서 달아 놓았겠지.

 

 이곳에 국기를 달아 놓으면 얼마 안 되어 깃발이 너덜거린단다.

거센 소금 사막 바람에 부대껴 금세 삭아버린다고 하네.

그러고 보니 깃발 중에서 삭아서 실밥이 날리는게 보인다.

그러면 누군가 깃발을 내려야 할텐데...

만약 우리나라 국기가 그렇게 초라하게 있으면 마음이 안 좋을텐데 태극기는 깔끔한 모습으로 펄럭이고 있다.

달아놓은 지 얼마 안 되었나 보다.

기분좋게 태극기 앞에서 번갈아 사진을 찍는다.

 

 

 이번에는 소금 사막 한가운데 있는 유일한 소금호텔에 들어가 본다.

소금 사막 한가운데 있으니 일출과 일몰을 보기가 쉬워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소금호텔 시설은 엄청나게 낡고 지저분하다.

거리가 좀 멀더라도 차라리 우리가 묵는 소금 사막 외곽에 있는 소금호텔이 나은걸.

 

 우유니 소금 사막에는 이곳 소금 호텔의 화장실이 유일하다.

화장실은 깨끗하지도 않은데 생각보다 사용요금이 비싸다.

야외 화장실(?)을 이용하기 잘 했군.

 

 

  다시 차에 오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데 자동차는 달린다.

네 대의 자동차가 제각각 다른 곳으로 달린다.

어디든 하얀 소금뿐이니 다 비슷하겠지만 우리 가이드 루이스를 믿어 보자.

 

 차에서 내리니 이번에는 재미있는 연출 사진을 찍는다.

공룡 한 마리를 놓고 거리를 조정해 공룡을 크게 사람을 작게 나오도록 찍는 사진이다.

늘 하는 이벤트여서인지 루이스는 아주 노련하네.

달려오는 공룡을 피해 달아나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화들짝 놀라는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키득거리며 사진을 찍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즐겁다.

이래서 여행을 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거리를 이용해 사람 손바닥 위에 다른 사람이 올라간 것 같은 사진도 찍는다.

자세를 취하다가 모두 배를 잡고 웃는다.

허리가 꺾이도록 웃어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이번에는 매스게임을 하는 것처럼 동작을 차례차례 하라는데 순서를 헷갈리기 십상이다.

뒤늦게 머리를 쓰려니 쉽지 않네.

다행히 나뿐 아니고 대부분 그렇게 순서를 틀리기 일쑤라 그때마다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드론을 이용한 촬영도 흥미롭다.

공중에서 찍은 우리 사진이  어떻게 나올까?

드론이 워낙 대중화되기는 했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 쓸 일은 별로 없는데 졸지에 여기에서 드론 사진 촬영의 모델이 되고 있다.

여럿이 손을 잡고 몇 팀을 만들어 별 모양을 만들라는 주문대로 하니 드론이 순간 머리 위에서 위잉~

참 여러 가지 하면서 노는군.

 

 다시 자동차에 올라 현지여행사에 들렀다.

여행사에서 망토와 장화를 빌려준단다.

이걸 입으면 볼리비아 원주민 비슷해 보이기는 한다.

내 발에 엄청나게 커서 발이 장화 안에서 놀기는 하지만 나는 옷 색깔에 맞추어 분홍색 장화를 골랐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고 불리는 소금 사막 물 고인 곳으로 이동한다.

여기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림자가 그대로 소금물에 비친다.

그 모습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우기에 이곳을 찾는다.

소금 위에 물이 고인 곳을 첨벙첨벙 다니면서 사방으로 카메라를 돌려댄다.

생각보다 그림자가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동안 극심한 가뭄에 물을 보기 어려웠다는데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아닌가.

모두들 자신의 '인생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멀리 보이는 자동차도 그대로 물에 비치고,

손 잡은 일행들도 그대로 물 위에 떠 있고,

파란 하늘과 흰구름도 소금 위에 흘러간다.

이런 풍광 속에 나도 슬며시 스며드는 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하늘 한쪽이 불그스름해진다.

시나브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런 풍경이 고스란히 소금 사막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기온이 떨어져 겉옷을 덧입으려 자동차에 다녀오니 한쪽에서  와인 파티가 준비되고 있었다.

일몰시간에 맞춰 간단히 안주와 레드와인을 곁들인 파티였다.

다같이 건배를 하며 행복한 지금 이 시간을 즐긴다.

 

 오늘 일정이 끝났다.

차에 올라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별안간 안개가 몰려오고 강풍에 비까지 뿌리친다.

방향을 구분할 수 없는 사막에서 자동차도 놀랐는지 순간 속도를 줄인다.

우리가 선두에 서고 다른 차들이 따라오는데 이런 날씨에는 아무리 운전 고수라고 하더라도 당황하기 십상이겠다.

자동차에 탄 사람도 긴장을 하게 된다.

우리 일정이 끝난 후에 악천후가 와서 그나마 다행이네.

 

 

 꽤 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사막에서 벗어나 도로로 접어들었다.

30여분 가서 호텔 근처에 차가 멈췄다.

소지품을 챙기는데 날씨가 계속 심상치 않다.

짝꿍이 '어...' 하는데 보니 머리에 쓴 모자가 강풍에 날려 어떤 집 담장을 넘어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사건 하나 추가요.

시간이 늦어 모자를 포기하고 하루를 마감한다.

휴!

신비하고 경이로운 소금 사막과 함께 한 긴 하루였구나.

 

 호텔에서 저녁 후 짝꿍이 새벽 일출 투어를 가지 말자고 한다.

힘들면 쉬는 것도 좋지.

여행 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보다 때로는 휴식도 권장할 일이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 자신과 쉽게 타협을 한다.

일찌감치 씻고 잔다고 해도  밤 11시는 훌쩍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