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남미 여행기 14 -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솔뫼들 2023. 3. 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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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먹고 사륜구동 네 대의 자동차에 나누어 탄다.

1차로 간 곳은 기차무덤.

화물을 나르다 수명이 다한 열차를 모아 놓은 곳인데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여행지로 거듭 나고 있는 곳이다.

재미있는 사진이 나오니 모두들 즐거워 하지만 이런 것을 볼거리로 만드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유니는 1950년대까지 철도의 요충지였다고 한다.

스페인의 식민지 개척시대에 도입된 열차가 볼리비아와 칠레를 넘나들며 은을 실어 날랐는데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이곳에 버려진 것이라고 하네.

우유니가 속한  포토시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로 그 당시 지구상에서 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은을 실어나르던 열차로서의 수명은 다 되었지만 폐열차는 지금 역사를 되새기며 여기에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열차를 구경하며 부지런히 왔다갔다 한다.

열차에 매달리기도 하고, 매어 놓은 그네를 타기도 하고, 열차에 올라 뛰기도 하고...

모두들 나이를 잊고 재미있게 논다.

그래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까.

 

 7년 전인가 베트남 달랏에 갔을 때도 운행이 정지된 열차에서 사진을 찍고 구경도 했었지.

달랏은 간혹 열차 운행이 있는 역인데도 여행자에게 그런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억이 난다.

역 앞 자전거를 탄 노점상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던 기억도 나네.

 

 

  이번에는 콜차니 마을을 찾았다.

사실 여행사에서는 박물관이라고 했는데 박물관이라는 느낌은 안 들고 체험학습 하는 곳 정도 생각이 든다.

살짝 소금 맛을 보니 생각보다 짜지 않고 아주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안내 설명에 의하면 염도가 높고 도리어 다른 소금보다 미네랄이 적다고 하는데...

소금 맛을 본 친구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금 박물관을 나오니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나오는 소금과 소금으로 만든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줄지어 있다.

구경 삼아 소금으로 만든 작은 라마 인형을 두 개 샀다.

이걸 부숴 식용 소금으로 사용하지는 않을테니 장식용이지.

우유니 소금 사막에 다녀왔다는 증거물 정도 되지 않을까.

 

 

  지금 볼리비아의 소금 사막은 다른 이유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소금에서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이 생산된단다.

리튬은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 등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데 볼리비아와 칠레, 아르헨티나에 전세계 리튬의 50% 이상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 소재인 리튬의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니 집중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으리라.

앞으로 석유처럼 리튬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군.

 

 다시 차에 오른다.

이제 정말 소금 사막에 가는 길이다.

볼리비아 여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우유니 소금 사막이다.

우유니는 지명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소금 사막과 붙여서 인식을 했다.

그만큼 우유니 소금 사막은 다른 지역 소금 사막보다 넓고 광활하다.

 

우유니 소금 사막은 지각 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2만 년 전 녹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는데, 비가 적고 건조한 기후로 인해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물은 모두 증발하고 소금 결정만 남아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우유니 소금사막에는 소금이 총 100억톤에 달할 정도로 양이 많은데 현재는 인가 받은 업체가 정제해 사람과 가축의 식용소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

 

 

 차가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사막을 달린다.

남해안 섬에서 차로 모래사장을 달릴 때도 그랬지만 사륜구동 자동차로 소금 사막을 달리는 기분은 짜릿하다.

사륜구동이 아니면 물 고인 소금 사막을 달리기도 쉽지는 않으리라.

소금 사막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면 설원이라고 착각을 할 것만 같다.

우리나라 전라남도 넓이라고 하던가.

 

 사실 소금 사막은 우기에 인기가 좋은 곳이다.

소금 사막에 물이 고여 있을 때 유난히 반영이 멋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대부분 우기인 여름에 여행 일정을 잡는다.

남미에 오기 전에 기후 위기로 남미에 유난히 가뭄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우유니 소금 사막에 대한 기대가 반쯤 줄어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이틀 전에 우유니에 비가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도 운이 아주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방향을 모르게 달리던 차량이 한곳에 멈추고 우리를 내려준다.

차에서 내리니 눈이 부시다.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

이게 다 소금이라는 말이지.

경이롭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소금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미끄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거칠다.

발을 딛고 있으니 손가락으로 찍어서 맛을 보기는 좀 그렇지만 정말 믿기지 않네.

이 너른 소금 사막 한복판에서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누가 너를 사막이라고 했나?

끝없는 설원에서

나는 한 점 소금이 된다.

 

 다들 환희와 설레임으로 들떠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오직 하얀 소금이 배경이지만 제각각 개성있는 자세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대부분 나이가 60대인데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겠는가.

다시 오기에는 사실 너무 먼 곳 아닌가.

 

 

  재석씨를 필두로 자동차에 올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깨동무를 하며 아이들처럼 싱글벙글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

혼자서 생각에 잠겨 소금 사막을 거닐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

 

한참 소금 사막에서 신나게 놀았다.

'놀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게.

 

 그런 다음 소금 사막 한가운데 차려주는 점심을 먹는다.

전혀 예상 못한 점심 식사이다.

파라솔과 식탁, 의자를 갖춘 특별한 야외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니...

음식도 제대로 나온다.

게다가 맥주까지 준비가 되어 있네.

감동적인 순간이다.

물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튜브에 든 고추장이지만.

 

 소금 사막 위의 점심 식사.

무슨 영화나 그림 제목 같지 않은가.

작품 속 주인공이라도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