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남미 여행기 3 - 페루 쿠스코 시내를 오가며

솔뫼들 2023. 3. 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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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스코 공항 도착 후 보니 공항 바깥에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다.

시위가 있다고 하더니만 아직도 진행중인 모양이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짐을 찾고, 공항에서 페루 돈으로 환전을 하러 갔는데 강회장님은 환전을 한 후 본인 캐리어를 두고 어정어정 걸어오신다.

캐리어가 어디 있느냐 하니 황당한 표정이다.

고산증 때문이겠지.

 

 공항에서 나온 다음 호텔로 직행한다.

우리가 묵는 호텔 '산 어거스틴 플라자'는 시내 한가운데 '코리깐차'가 보이는 곳이라 오가는데 편리하다.

웬만한 데는 다 걸어서 오갈 수 있겠군.

 

 

  짐을 풀고 고산증에 좋다는 코카차를 마시며 조금 쉰 후 점심도 먹고 시내 구경도 할 겸 나가기로 했다.

여행 고수인 강회장님 룸메이트 재석씨 의견에 따라 시간이 좀 늦었으니 점심은 간단히 전통시장 구경을 하며 주스를 마시기로 했다.

여러 가지 과일을 넣고 간 생과일주스는 맛도 좋지만 혼자 마시기 어려울 만큼 양도  많다.

주스만으로도 속이 든든하군.

 

재석씨는 이리저리, 골목골목 길을 잘도 찾아다닌다.

공항에서부터 副인솔자 역할을 한다더니 영어도 막힘이 없고 성격도 시원시원해 이번 여행에서 신세를 많이 질 것 같다.

덕분에 길에서 헤매지 않고 편하게 다니네.

 

 시장 구경을 하면서 파손된 캐리어에 붙이기 위해 테이프도 잊지 않고 구매했다.

질은 좀 떨어지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리마공항에서 본 캐리어는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 가격만 비싸고 관광지인데도 캐리어를 파는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가방 상점이 있다고 해도 물건이 좋아 보이지 않고.

그래서 일단 테이프로 연명(?)해가며 여행 끝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물을 사고 인솔자 기훈씨한테 페루산 고산증 약을 얻어 방으로 들어온다.

하루 전부터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말에 L.A공항에서부터 짝꿍이 가져온 다이아막스와 말라리아약을 먹기는 했다.

인솔자가 준 약은 다이아막스와 같은 이뇨제인데 고산증에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산증 적응이 지금은 가장 큰 과제이다.

쿠스코가 해발 3400m에 형성된 도시이다 보니 평지도 빨리 걸으면 숨이 찬다.

나는 갑자기 조신해진 것처럼 살금살금 걷는다.

 

 일단 방에서 쉬면서 짐 정리를 한다.

며칠 묵을 것이니 좀 정리를 해 두자.

 

 방에서 좀 쉬다가 저녁을 먹을 겸 나가기로 했다.

시내에는 역시나 여기저기 경찰이 보인다.

시위가 아직도 심하게 벌어지고 있나 보군.

우리한테 영향이 없어야 할텐데...

 

 쿠스코는 돌로 만들어진 도시 같다.

도로도 돌이고, 집도 돌로 지었으며 당연히 담장도 돌이다.

쿠스코가 잉카제국의 수도였으니 잉카제국 사람들이 얼마나 돌을 잘 다루었는지 알 수 있다.

 

 

 곳곳에 광장이 있는 건 스페인 문화 때문이겠지.

성당 건물도 자주 보인다.

내 눈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네.

 

 시내를 다니다 보면 길가에 유난히 개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알고 보니 들개였는데 쿠스코 개들은 다 순둥이였다.

시내 한복판에 누워서도 아주 평화로워 보인다.

오뉴월 개 팔자가 상팔자라 했던가.

사람들을 보고 짖지도 않고 한쪽에서 자기들끼리 뛰놀거나 잠을 즐긴다.

특별한 풍경이다.

 

 

  도로에 다니는 차들은 주로 일본 차와 한국 차인데 대부분 낡았다.

차는 소형이지만 그 차들이 검은 매연을 뿜고 다니니 쿠스코는 공기가 아주 나쁠 수밖에 없으리라.

거기에 쿠스코가 고산도시이다 보니 주변에 나무도 거의 없다.

공기를 정화시킬 요소가 거의 없는 셈이다.

페루가 후진국이어서 아직 미세먼지에 대한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겠지.

우리나라도 미세먼지에 대한 정책을 시행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고산증에 매연까지 심하니 목도 아프고  머리도 더 아프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거의 원주민들이다.

생각보다 원주민들이 많다 싶었더니만 페루는 남미에서 볼리비아 다음으로 원주민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그러니 공용어로 스페인어에 케추아어도 들어가지 않겠는가.

케추아어는 잉카제국을 건설한 케추아족의 말인데 문자가 없기는 하지만 페루와 볼리비아의 많은 지명이 케추아어라고 하니 그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천천히 걸어서 '림버스''라는 식당을 찾아간다.

식당으로 가는 길 이름이 '로레토 길'이라고 한다.

가는 길에 '12각 돌'이라고 알려진 돌을 찾았다.

잉카인들의 건축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 한 장 들어가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 앞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간다.

자유여행을 온 젊은 친구들이 주로 묵는 게스트하우스도 이 길목에 있다.

그렇다 보니 거리에서는 젊은이들의 시끌벅적함이 느껴진다.

천천히 걷는데도 오르막길이라서인지 숨이 차다.

쉬엄쉬엄 겨우 앞사람들을 따라간다.

내가 유난히 고산증에 약한 체질이라는 걸 누누히 강조하면서.

 

 우리가 가는 곳은 모 방송국 프로그램 촬영차 웹툰작가 '기안 84'가 다녀가면서 우리나라에 알려진 곳이란다.

쿠스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하네.

이왕이면 유명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겠지.

 

 

 시간이 일러서인지 음식점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골고루 음식을 주문한다.

다양한 음식을 눈요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고산증 증세로 입맛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것저것 조금씩 맛을 본다.

그리고 노란 빛깔의 잉카 콜라도 한 모금 마셔본다.

내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네.

 

 잉카콜라는 페루 사람들의 자존심이라고 한다.

코카콜라에 지분을 전부 넘기지 않고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군.

그런 점은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먹고 쿠스코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경치를 감상한다.

멀리 산등성이에 ' Viva el Peru(Long live Peru)'라고 씌어 있다.

'페루여,영원히'쯤 되겠지.

산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빼곡하게 붉은 지붕들이 들어찼다.

쿠스코가 분지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저기 사는 사람들은 매일 오르내리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는 동안 펑펑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위가 더 심해졌나 걱정을 했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호텔로 내려가다 보니 광장에서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거기에서 푹죽을 터뜨리고 있었던 걸 오해한 것이었다.

한쪽에서는 시위를 하고 한쪽에서는 축제(?)를 벌이고.

첫날 본 페루는 그런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