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첫째날 - 울릉순환로를 따라 (2)
천천히 차를 타고 가면서 풍광을 즐긴다.
세차게 바위를 치는 파도가 가끔씩 도로까지 올라오는 걸 걱정 반 탄성 반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이번에 날씨가 마음을 돌려주지 않을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얼마쯤 갔을까?
차들이 몇 대 서 있다.
우리도 그 옆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내려서 보니 바로 위에 멋들어진 바위 봉우리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정말 압도적인 암봉이다 싶어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셔터를 눌렀다.
이게 노인봉(해발 200m)이었구나.
암벽 봉우리에 가로로 굵은결이 있는데 그 모습이 노인의 주름살처럼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는 해식작용을 받아 암석 표면이 울퉁불퉁해 마치 해골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해골바위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내 머리 속에 잘 생긴 멋진 바위로 각인이 될 것 같다.
이 지역이 고대국가 우산국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현포이다.
현재도 현포동고분군이 남아 있다고 한다.
울릉도에는 울릉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우산국박물관이 있다.
시간적으로 우산국박물관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신라 장군 이사부'로 기억되는 역사적 기록과 유적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차는 비틀거리는 것처럼 꺼이꺼이 급경사를 올라가다가 내리꽂는 것 같은 길을 미끄러지듯 내려가기도 한다.
나는 운전하기 정말 싫어할 만한 구간이다.
그나마 오가는 차가 드물어 다행이다.
주루룩 내려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태하로구나.
태하모노레일은 멈추었다고 했지.
태하전망대와 등대를 보기 위해 걸어올라가는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모노레일을 타는 재미도 있으니 다음으로 미루자.
갑자기 태하 삼거리에 있다는 카페가 생각났다.
독도새우빵을 만든다고 했지.
요즘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상품이 인기를 끄니 어디를 가든 개성있는 먹을거리가 있다.
궁금한 것은 참을 수 없지.
일단 가 보자.
한적한 동네에 자리한 카페 '래우'
여기도 이상한(?) 외국어 이름이 아닐까 싶었는데 한자로 '來又'라고 되어 있다.
또 오라는 의미였네.
발음하기 쉽고 뜻도 좋아 주인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손님이 우리 말고는 한 팀밖에 없다.
아침 대용으로 먹을 생각을 하고는 독도새우빵 한 상자를 주문했다.
그래도 일단 하나씩 맛은 보아야지.
친구는 '래우 고로쇠에이드'를 시키고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독도새우빵 하나씩 손에 들었다.
새우 모양을 한 빵이 내 손바닥만하게 긴데 꼬리부터 먹으라는 색다른 먹는 방법이 씌어 있다.
먼저 먹어본 친구 말이 분명히 새우맛이 나면서 꼬리와 머리 부분 맛이 다르단다.
나도 얼른 한 입 베어문다.
팥소가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재미있고 독특한 발상이다.
맛도 좋고, 생각보다 양이 많아 든든하기도 하다.
많이 홍보해야겠는걸.
바쁜 일 없지만 다시 차에 오른다.
방향감각이 또 사라져 나는 마구 헷갈린다.
그래서 친구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을 했는데 결론은 내가 졌다.
평소에도 길눈이 아주 밝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점점 방향감각이 뒤죽박죽 되는 느낌이 든다.
도로는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빙빙 돌면서 경사를 줄여 내려가게 되어 있다.
이 도로를 만드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차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가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기다리기도 해야 하고, 공사중인데서 서행하기도 하고, 터널도 여러 번 지나고...
울릉도 도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친절하지는 않다.
얼마쯤 갔을까?
해변에 우뚯 솟은 바위가 보여 차를 세우고 바닷가로 내려섰다.
해산물을 팔던 좌판이 보이는데 날씨 탓인지 상인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여행객이 없다는 말이겠지.
바위 이름이 있을 것도 같은데 머리에 드문드문 나무를 매단 바위 사진을 찍는다.
도동을 향해 차를 달린다.
사동을 지난다.
예전에는 도동항으로만 여객선이 들어왔었는데 여행객이 늘자 저동항으로도 들어오고, 포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은 사동항으로 들어온단다.
몇 년 후에 생길 비행장도 사동 앞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들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사동항 주변은 어수선하다.
대신 손님들을 맞기 위해서인지 분위기있는 카페와 음식점, 깔끔한 펜션 등도 눈에 띈다.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도동이지만 사동이 앞으로 서울 '강남' 같은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주변에 울릉도행 비행기가 뜨면 그때 울릉도 여행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배멀미도 고통스럽고, 기상 상황으로 수시로 결항하는 배도 예측할 수가 없고...
보나마나 울릉도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다.
국내임에도 울릉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강릉이나 묵호, 포항까지 이동을 한 후 다시 여객선을 타야 하니 거의 하루 걸리는 셈이다.
쉽지 않은 시간을 내어야 하고 그랬다고 하더라도 해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수시로 결항이 되니 시간을 여유있게 잡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쉬운 곳이 울릉도이다.
그런데 비행기라고 하더라도 50인승이 투입된다고 하고 기상 상황이 안 좋으면 바닷가 활주로에 풍랑이 닥칠 것이니 그것 또한 믿을 만할 것은 못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도동으로 가는 차 안에서 숙소를 확인하고 주차할 곳을 물으니 울릉도 숙소 중 주차장이 있는 곳은 드물다는 답이 퉁명스럽게 돌아온다.
가능하면 도동 소공원에 주차를 하라고 한다.
도동소공원을 찾아가 보니 온갖 차량이 뒤얽혀 있다.
관광버스에, 택시에, 우리 같은 렌트카에...
겨우 한 자리 찾아 주차를 하곤 한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