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첫째날 - 울릉도 가는 길
6월 連休를 맞아 울릉도 여행 계획을 세웠다.
친구와 2박3일 울릉도에 다녀오기로 했다.
울릉도는 날씨 변수가 많은 섬이라 걱정이 앞서는데
울릉도가 고향인 한 친구 말에 의하면 6월은 비교적 풍랑이 적은 시기라고 하니 믿고 떠나 봐야지.
여행사 안내에 따르면 강릉 안목항에서 일요일 오전 10시 배를 타기 위해 오전 4시 30분에 서울시청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라고 한다.
그 시간에 집에서 서울 시청까지 대중교통편이 없어 친구의 집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토요일 오후에 집을 나섰는데 기상 상황에 따라 승선시간이 오전 5시로 앞당겨졌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니 밤 12시 30분에 서울시청 앞에 모이라고.
하는 수 없이 한밤중에 짐을 메고, 끌고 서울시청 앞으로 나간다.
집 떠나는 순간 고생이라니까.
버스를 타고 잠을 자려고 했으나 끊임없는 수다삼매경에 빠진 대각선 방향 중년 남자 덕분에 잠은 천리만리 달아났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상황 안 가리고 떠들어서 '꼰대'라는 소리 들으며 젊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하며 속으로 투덜투덜.
그래도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잠에 푹 빠졌다.
토요일에 근무를 했으니 피곤하기는 하겠지.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게 버스는 쌩쌩 달려 새벽 3시 조금 넘어 안목항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울릉도에 가려면 배를 묵호와 포항 두 군데에서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강릉에서도 배를 띄우는 걸 보면 울릉도를 찾는 여행객이 많아졌다는 것이겠지.
승선 시간은 오전 5시.
그 시간까지 알아서 기다려야 하는데 멀미약을 먹으려면 간단하게라도 뭘 먹어야 한다는 친구 말에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을 사서 어두컴컴한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지만 입으로 밀어넣는다.
그런 다음 멀미약도 한 병 마시고.
승선 1시간 전에 표를 받아야 한다고 했으니 배낭을 메고 여객터미널로 향한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여객터미널로 향한다.
그 시간에 승용차를 몰고 온 사람들도 꽤 많다.
요즘 말로 하면 노는데 참 '진심인' 거지.
바닷바람이 생각보다 차서 사람들 어깨가 다 움츠러들었다.
며칠 전부터 스마트폰으로 울릉도 날씨 예보를 보니 오늘 저녁부터 비가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 동안 워낙 가물었으니 비는 와야 하지만 하필 이번에 올게 뭐람.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군.
일찍 울릉도에 들어가면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다고 억지로 위로를 삼으며 발길을 옮긴다.
좌석표에 적힌 곳에 앉으니 옆자리도 비어 있고 앞에도 넉넉하니 편안하다.
멀미만 안 하고 가면 성공이다.
평소 멀미를 심하게 하지는 않는데 인천에서 제주도 갈 때, 처음으로 울릉도 갈 때 심하게 멀미를 했었지.
작년 홍도에 갈 때도 멀미약을 먹지 않았는데 배가 육지에서 멀어지자 속이 울렁거려 많이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미리 걱정되어 멀미약을 먹은 건 처음이네.
처음에는 그럭저럭 가는가 싶던 배가 심한 파도에 요동을 친다.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바로 옆 유리창이 온통 파도가 만들어낸 무늬로 얼룩진다.
이 정도면 파도의 높이가 얼마쯤 되는 걸까?
최소 5m는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니 살짝 긴장이 되어 잠이 달아났다.
멀미약을 먹었을텐데도 구토를 하는 사람들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고, 수시로 화장실로 달려가는 사람들로 통로가 어수선하다.
친구는 미리 준비해 두는게 좋다고 구토용 검은 위생봉지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있다.
비몽사몽 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 구내방송이 흘러나온다.
풍랑 때문에 평상시 3시간 10분 걸리는 운항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무사히 가기만 하면 되겠지.
드디어 오전 8시 30분경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으러 간 친구를 따라가는데 뒤에서 좌석에 휴대전화가 떨어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 건가 하고 돌아보니 친구의 휴대전화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주머니에 친구 휴대전화를 넣고 내 짐을 찾아 배에서 내렸는데 어찌 된 일인지 친구가 영 내리지 않는다.
전화기도 내가 가지고 있으니 연락할 방법은 없지,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친구를 찾기는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다.
난감해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나갔나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갔다가 오락가락 하고 있는데 멀리서 친구 모습이 보였다.
손을 번쩍 들어 친구를 불렀다.
캐리어가 다른 짐에 밀려 엉뚱한 곳에 가 있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 걸렸단다.
단 둘뿐인데 이산가족이 될 뻔했네.
배는 승객을 내려놓고 바로 강릉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태우려고 서두른다.
풍랑이 더 거세지기 전에 운항을 하려는것이겠지.
우리가 나가는 모레까지는 풍랑이 잦아들겠지 하는 마음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제 렌트카 회사 셔틀버스를 찾아야 한다.
2박3일 여행에도 할 일이 참 많군.
렌트카까지 찾고 나니 울릉도에 무사히 왔다는 실감이 난다.
이제부터 우리 마음대로 일정을 짜서 움직이면 된다.
제발 비가 늦게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행선지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