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 넷째날 - 순천 순천만습지를 거닐며
K형!
순천에 오면 당연히 순천만습지를 방문해야겠지요.
언제 가도 멋지고 빼어난 곳 말입니다.
무려 160만평의 빽빽한 갈대밭과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곳입니다.
전에 방문했을 때 흠뻑 취했던 기억이 나네요.
순천만은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신안 장도습지, 제주 물영아리오름 등과 함께 람사르 습지에 지정된 곳이지요.
보존해야 할 가치가 뛰어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람사르 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처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은 18곳입니다.
순천만은 철새가 찾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겨울이 되면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많은 철새가 찾아옵니다.
새들이 살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었기 때문이겠지요.
순천만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건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입니다.
생태계의 보고인 갈대의 속삭임과 춤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겁니다.
계절에 따라 순천만 갯벌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매력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으니까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충전기에 차를 연결시킵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차 안에서 쉬기로 합니다.
설렁설렁 다닌다고 했는데도 선암사에서 이미 꽤 많이 걸었거든요.
매표를 하고 공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역시나 인기가 많은 곳이라서인지 사람들이 줄을 서다시피 들어가는군요.
갈대밭까지 가려면 조금 걸어가야 합니다.
흑두루미소망터널을 지나갑니다.
오래 전 순천만을 찾아온 흑두루미 '두리'를 13년 동안 보호하다 자연으로 돌려보낸 일화를 바탕으로 두리에 대한 정성과 행운이 모아져 순천만에 찾아오는 흑두루미가 많아지기를 소원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해 기적처럼 흑두루미가 무리지어 나타나면서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하지요.
가면서 보니 썰물시간이라 생태체험선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친구 말에 의하면 생태체험선을 타고 꽤 멀리까지 나가 새들을 관찰하며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철새들이 아직 있을까 싶었는데 새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는군요.
오늘은 개구리소리에 새소리까지 자연의 소리와 더불어 하는 날이네요.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기분이 좋아집니다.
무진교를 지나 갈대숲으로 난 데크길을 따라 걷습니다.
공휴일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많군요.
언제나 그렇듯 사운대는 갈대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멋진 춤과 함께 말이지요.
저도 저절로 발걸음으로 장단을 맞추게 되는 것 같군요.
한쪽에서는 갈대를 베어내고 있었군요.
서울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서 억새를 베어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직 갈대가 남아 있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갈대가 만든 풍광에 환호하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새떼들 솟아오르고
갈대 눕는다
대대포구로 떨어지는 해
뻘 속을 파고드는데
묻지 마라
쓸쓸한 저녁의 속내를
만월 일어서고
별 하나 진다
허형만의 < 순천만 > 전문
순천만습지에 오면 용산전망대에 올라가야 순천만의 진면목을 볼 수 있습니다.
거리가 좀 있고 산길이기는 하지만 전망대를 향해 걸어갑니다.
전에 왔을 때 더워서 그랬는지 몹시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출렁다리를 지나갑니다.
생각보다 흔들림이 심하군요.
거기에 장난을 치느라 일부러 발을 굴러 다리를 흔드는 사람까지 있으니 더 조마조마 합니다.
거리가 짧으니 그마나 다행이군요.
용산전망대 가는 길은 산길입니다.
그것도 평지가 아니라 오르막길이지요.
겉옷을 하나 벗어 허리에 두르고 걷습니다.
역시 땀이 흐르고 숨이 찹니다.
사람들이 많아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힘들어도 꾹 참아야지요.
사람들을 피해 우회로가 아닌 산길로 접어드니 잠깐이나마 그래도 낫군요.
쉬지 않고 걸어 용산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에서 보는 전망은 정말 압권입니다.
S자로 굽은 물길이 만들어내는 유장한 곡선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지요.
조물주의 명작입니다.
전에 왔을 때는 칠면초의 붉은 빛깔이 갯벌과 대비되었는데 오늘은 아쉽게도 빛깔이 다 비슷합니다.
염생식물인 칠면초는 가을로 접어들며 붉은 빛깔이 진해진다고 했었지요.
오늘은 갈대가 만든 장관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군요.
갈대숲 한가운데에서 한 무리의 새가 날아오릅니다.
무어라 소리치는 걸까요?
힘찬 날갯짓을 하며 갈대숲이 있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는 걸까요?
철새들의 군무와 갈대들의 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이 방향 저 방향에서 사진을 찍으며 풍광을 즐기다가 발길을 돌립니다.
내려가는 길은 편한 길을 선택합니다.
아무래도 수월해 속도가 빠르지요.
갈대숲 탐방로에서 여유있게 사진을 찍으며 걸어갑니다.
전에 왔을 때는 늦여름이라 갈대가 푸른빛이었지요.
순천만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이 있어 다시 오고 싶은 곳입니다.
언제 와도 숨겨 놓은 비경을 보여줄 것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요.
사람들이 갯벌을 쳐다보기에 우리도 덩달아 내려다봅니다.
갯벌에 산다는 짱뚱어는 안 보이네요.
고물고물 구멍으로 들락날락 하는 녀석들은 칠게일까요?
바다와 먼 동네에서 평생 살아서 밥상에 올라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으니 그저 갯벌에서 사는 생물이구나 생각할 뿐입니다.
순천만습지 탐방을 마쳤습니다.
오늘 순천문학관은 생략합니다.
순천문학관은 순천 출신 동화작가 정채봉, 소설가 김승옥을 기리는 문학관이었지요.
혹시 달라진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음 행선지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