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 넷째날 - 순천 선암사에서 (2)
K형!
이번에는 선암사에서 내려오다가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가 처음으로 선암사 일주문 근처에 차나무를 심었다고 하는군요.
고려시대 대각국사는 칠구선원을 신축하고 현재 칠전선원 차밭에 차를 심었고 여기에서 수확한 차를 법제하여 송나라에 수출까지 했다고 전해진답니다.
대각국사 이후로는 전해지는 기록이 없는데 김극기의 시를 통해서 참선과 함께 차를 즐겼을 것으로 추측한다네요.
정유재란 이후 선암사가 소실되었을 때 차나무 또한 소실된 것으로 추측된답니다.
그 이후 선암사를 복구하던 스님들이 차밭도 함께 복구하지 않았을까 싶어진다고도 하고요.
조선시대 선암사의 기록에 다각이라는 소임이 등장하는데 차밭과 차를 관리하는 소임자를 말하는 것으로 일상 생활에서 차를 즐겨 마셨던 것을 알 수 있답니다.
그 후 불교 분규로 방치되던 차밭이 70년대 선암사 스님들의 노력으로 일구어져 현재 전통차의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 무려 100여명의 스님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순천전통야생차전시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갈대뿌리차, 목련차, 겨우살이차, 국화차, 녹차, 발효차를 시음해 볼 수 있군요.
친구와 저는 들어가 겨우살이차를 부탁합니다.
나무 꼭대기에 살던 차이니 무슨 맛이 날까 궁금하네요.
그런데 특별한 맛이 나지는 않습니다.
몸에 좋으려니 하고 마시는 것이지요.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식물에 존재하는 강력한 항암식물 중 하나라고 하지요.
추운 겨울에 높은 산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하여 7일이나 음건양건하여 만든다고 하네요.
그런데 기억할 만한 맛이 나지는 않습니다.
감잎차, 목련차를 차례로 마셔 봅니다.
친구는 카페인이 없는 갈대뿌리차를 구입합니다.
갈대는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요.
해독작용도 뛰어나 식중독이나 알콜 중독 등 우리 몸을 해독하는데 도움을 준다네요.
우리나라 차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조선시대 초의 선사를 빼놓을 수는 없지요.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와 교유가 깊었던 인물로 차에 대해서는 그 당시 첫손에 꼽히는 인물입니다.
'동다송'이라는 차에 대한 저서를 남길 정도로 일가견이 있는 스님이었지요.
20년 전쯤 한승원의 소설 '草衣'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한번 찾아 읽어보아야겠네요.
전시관을 돌아본 후 체험관을 둘러 봅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는 평소 학생들이 단체로 체험학습을 오는 공간 같아 보입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청소하는 분들이 계시네요.
마당 평상에는 아이들 놀거리가 보입니다.
커다란 윷도 보이고, 제기도 보입니다.
아하! 구슬도 모아 놓았군요.
아이들이 와서 차 체험을 하고 남은 시간 재미있게 전통놀이를 하면서 놀 수도 있겠군요.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단체생활이 쉽지는 않겠지만요.
이제 슬슬 점심을 먹으러 내려갑니다.
어젯밤 스마트폰으로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산사 음식을 하는 음식점이 유명하더군요.
'순천산식'이라고 하던가요.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니 바로 주차장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순천에서 '향토예찬'과 함께 산사 음식 전문점으로 지정을 했다고 합니다.
음식이 나오자 우리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밥상이구나 싶어지네요.
'藥食同源'이라고 했던가요.
사찰음식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보고 먹으며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만든 음식들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네요.
눈으로 먼저 먹고 다음에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금방 몸을 건강하게 해 줄 것 같습니다.
한 젓가락 집을 때마다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떡갈비가 있는데 동물성 고기로 만든 건 아닌 것 같군요.
전에 조계사 앞 사찰음식점에서 대체육으로 만든 제육볶음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감쪽같이 속을 뻔했다니까요.
어라, 장식용인가?
새우 두 마리가 놓여 있네요.
畵龍點睛일까요?
설마 새우도 인공적으로 만든 건 아니겠지요?
새우를 보고 웃자 친구 왈, 주방장이 실수로 새우 두 마리를 떨어뜨린 모양이라고요.
정말 모두 정성이 들어가 아껴 먹고 싶은 음식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