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남도 여행 셋째날 - 여수 만성리 검은모래해변에서

솔뫼들 2022. 4. 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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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이번에는 만성리 검은모래해변으로 내비게이션을 맞추어 줍니다.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여수엑스포역 인근 도로를 차가 꽉 채웠군요.

거의 움직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도로에 공사중이라는 안내문이 보이기는 했지만 정말 정체가 심합니다.

한동안 꼼짝없이 서 있다가 그나마 가다서다 하니 다행이다 싶어지네요.

여수에서 도로 정체를 겪을 줄은 몰랐습니다.

 

 도로가 뚫려 가다보니 왕복 1차로 터널이 나옵니다.

단양에서 관광용으로 만들어놓은 건 보았지만 일반도로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차는 녹색 신호등을 보고 진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터널 안이 심상치 않습니다.

거칠게 바위를 판 흔적이 보입니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판 것으로 보이는군요.

분명히 무슨 사연이 있겠구나 싶어집니다.

스마트폰으로 얼른 정보를 찾아봅니다.

 

  1926년 일제강점기 군용식량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일제가 조선인과 중국인들을 강제로 동원해 만든 것이 마래터널이라고 합니다.

길이 640m에 이른다고 하네요.

그 당시 장비도 없이 쇠망치와 곡괭이만으로 이 터널을 만들 때 많은 근로자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하지요.

무고한 사람들이 일제의 만행에 희생된 장소였군요.

 

 

 마래터널을 나와 가다보니 형제묘라는 안내문도 스치듯 보입니다.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라는 안내문도 보이는군요.

여순사건 당시 부역 혐의자로 몰린 민간인 125명이 이곳에서 재판도 없이 집단 학살된 장소라고 합니다.

불에 탄 시체가 뒤엉켜 누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도 없어서 유족들은 이들을 한 곳에 묻고 죽어서라도 형제처럼 함께 있으라고 '형제묘'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하네요.

우리 어두운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그들의 억울함이 하루빨리 풀렸으면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생각보다 오가는 차량과 깔끔한 외관을 한 숙소가 많다 했더니 근처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과 여수해양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군요.

지나가는 레일바이크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고 싶어집니다.

 

 드디어 만성리해변에 도착했습니다.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여름도 아니니 해변 근처에 주차를 합니다.

다른 차들도 다 그렇게 했더라고요.

 

 산책을 하는 사람, 조개 껍데기를 줍는 사람, 바위에서 굴을 따는 사람 등등 해변에 사람들이 보입니다.

모래 색깔이 거무스름한 빛을 띠고 있기는 하네요.

희거나 약간 은빛을 띠는 모래에 익숙해서 검은 빛의 굵고 거친 모래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만성리 검은모래는 철 성분이 많아 검은색을 띤다고 합니다.

검은모래는 원적외선 방사열이 높아 모세혈관을 확장시켜주고, 땀 분비를 촉진시켜 준다고도 하지요.

검은모래로 모래 찜질을 하면 신경통과 각종 부인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따뜻한 계절에 사람들이 찾을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오래 전부터 음력 4월 20일은 '검은 모래 눈뜨는 날'이라는 민간 풍습이 있어서 전국에서 모래 찜질을 하러 사람들이 몰렸다고 하네요.

해변에 사람들이 몰려 전부 모래 찜질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것도 장관이겠는걸요.

 

 주변을 둘러보니 만흥천에서 맑은 물이 흘러들고 있습니다.

겨울 가뭄이 심해 물줄기가 가늘기는 하지만 생태 환경이 좋다는 말이겠지요.

이곳에 서식하는 수달과 기수갈고둥 등을 보호하자는 현수막이 걸려 있네요.

해변이 그리 크지 않지만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립니다.

 

 이제 호텔로 향합니다.

오늘은 여수 중심가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가는 길도 공사중인 곳이 여럿 있어 이곳저곳 속도가 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차에 있는 내비는 엉뚱하게 골목을 뱅뱅 돌게 안내를 하는군요.

내비가 술을 먹었나 헛소리를 한다면서 스마트폰 내비를 얼른 가동시킵니다.

 

 호텔은 여수시청 부근 해안가에 있습니다.

여수 시내 중심가인데도 불구하고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지네요.

짐을 풀고 잠깐 늘어집니다.

오늘도 본의 아니게 많이 돌아다녀서 어제에 이어 피로가 쌓였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도 귀찮군요. 

 

 친구에게 저녁으로 피자 시켜서 음료와 함께 먹으면 어떨까 제안을 했습니다.

이틀 내내 해산물을 먹었으니 다른 음식을 먹고 싶었거든요.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근처 피자집에 미리 주문을 해 놓고 찾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피자를 찾으러 나가는데 근처가 썰렁합니다.

왕래하는 사람도 드물고, 상가에 불이 꺼진 곳이 많더군요.

코로나 때문에 경제가 많이 주저앉은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찌감치 씻고 쉬기로 했습니다.

강행군이 이어지니 정말 지치는군요.

마지막까지 여행을 즐기기 위해 얼른 잠자리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