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남도 여행 셋째날 - 여수 오동도에서

솔뫼들 2022. 4. 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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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돌산도를 부리나케 빠져나왔습니다.

다음으로 갈 곳은 오동도인데 여수 수산시장 주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여수 수산시장 안에 생선구이 맛집이 있더군요.

평이 아주 좋은 음식점이었는데 문을 닫았습니다.

오늘이 쉬는 날인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에 아예 폐업을 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수산시장 안 식당가에도 빈 가게가 몇몇 보여 썰렁하니까요.

 

 건너편 수산시장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노점상처럼 수산시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더라고요.

주인장이 혼자서 테이블 몇 개 놓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바람에 모듬생선구이가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름도 낯선 생선이 두 가지나 있더군요.

맛은 좋았습니다.

좀 춥기도 하고 깊은 맛이 나기에 따끈한 된장국을 추가해 먹었습니다.

된장국에 문어가 들어가 있네요.

여수가 바닷가이고 여기가 수산시장이니 가능할 겁니다.

 

 이번에는 아귀포를 사러 다시 건너편 수산시장으로 발을 옮깁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이쪽에는 없었거든요.

지난 여름 홍도에서 사온 아귀포로 반찬을 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또 사야겠다 싶었는데 여수에 온 김에 사기로 한 것이지요.

 

 아귀포를 산 후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오동도로 차를 달립니다.

오동도도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오동도는 여수 10경 중 1경으로 지정된 곳으로 동백으로 유명한 섬이지요.

멀리서 볼 때 섬이 마치 오동잎처럼 보이고 오동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하여 오동도라 하였다고 하는데 지금 오동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 자리를 3천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채우고 있지요.

그래서 오동도는 사람들에게 동백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신이대(시누대)가 섬 전체에 자생하여 竹島라고도 한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이 이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썼다고 하네요.

 

 오동도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내려옵니다.

아리따운 한 여인이 도적떼로부터 정절을 지키기 위해 벼랑 창파에 몸을 던졌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남편이 오동도 기슭에 정성껏 무덤을 지었는데 북풍한설이 내리는 그 해 겨울부터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 동백꽃이 피어나고 푸른 정절을 상징하는 시누대가 돋아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백꽃을 '女心花'라고도 부른다지요.

 

 오동도는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이라고 쓰인 곳으로 가니 만차라고 차를 돌려보내는군요.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 유료주차장에 세우고 방파제로 들어섭니다.

생각보다 방파제가 길어 동백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걷기 좋아하는 우리는 당연히 방파제를 따라 걸어갑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다시피 가는군요.

오동도는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여수에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들르는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거기에다 이 시기에 피는 동백꽃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 같고요.

 

 

 목조계단을 따라 올라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가다보면 맨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이 용굴입니다.

용굴에 대한 전설이 있지요.

여수 연등천에 오동도 용굴과 통한다는 용굴이 있었답니다.

비가 오면 오동도에 사는 용이 지하통로를 이용하여 연등천의 용굴로 와서 빗물을 먹고 간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지요.

조선시대 마을 사람들이 연등천 용굴을 막은 후부터 오동도 바다에는 새벽 2시경이 되면 자산공원 등대 밑에 바다로 흘러내리는 샘터로 오동도 용굴에서 용이 이동하였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파도가 일고 바닷물이 갈라지는 소리가 밤하늘에 메아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답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위 사이로 굴이 보입니다.

굴이 아니더라도 바다에 접한 벼랑 때문에 경치는 무척 빼어나지요.

무거운 다리를 끌고 내려간 보람이 있네요.

 

 

 동백꽃은 아직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간간이 꽃을 피운 것이 있지만 보름은 지나야 만개하지 않을까 싶군요.

오래 전 3월 중순 오동도를 방문했을 때 시나브로 지고 있는 동백꽃을 만났지요.

툭툭 송이째 떨어진 동백꽃을 모아 산책로 주변에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글자를 만들어 놓기도 해서 바라보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신을 당겨서 만든 감정이 아득할 때

당신이 아직이 아니고 다음이 아닐 때

나는 여수에 간다

 

여수에 가면 동백은 하나의 단위가 된다

"두 동백 정도는 보고 가야지

오동도 바람은 꼭 세 동백 같아"

사람들은 빨갛게 말한다

 

당신을 혼자 두고 와

어제는 여섯 동백을 걸었다

 

갓김치의 알싸한 맛에 당신의 슬픔을 베고

한 다섯 동백 잤으면

 

당신의 뒤를 바다에 새기며 향일암 일출을 기다린다

동백 동백 모여드는 눈동자들은

붉어서 좋다

 

오늘 아침에는 너무나 생생한 붉음의 윤곽 안에서

일곱 동백 울었다

 

      정진혁의 < 여수에서 > 전문

 

 병풍바위, 지붕바위, 코끼리 바위 등을 지납니다.

전망이 좋은 곳을 가려면 어김없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합니다.

그만큼 노력을 해야 얻는 것이 있겠지요.

오전 일정이 예정보다 빡빡해 몇 번 고민을 하지만 결국 해맞이광장까지 모두 내려가서 전망을 즐깁니다.

해맞이광장이야 해돋이를 보러 와야 제격이겠지만 말입니다.

 

 

 섬에 대나무도 많습니다.

금오도 비렁길에도 그랬던 것처럼 대나무가 터널을 이루었군요.

황토가 깔린 길을 설렁설렁 걸으며 섬의 모든 것을 눈에 담습니다.

 

 앞에 등대가 보입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등대에 올라가 볼 수는 없네요.

등대를 올려다보며 이 등대를 보고 방향을 잡았을 배를 생각해 봅니다.

검은 밤바다에서 구세주 같은 존재였겠지요.

 

 섬을 한 바퀴 돌고 내려갑니다.

광장에 음악분수는 아직 잠을 자고 있고 햇살이 좋아 그런지 이곳 동백꽃이 화사하더군요.

잠깐 음악분수 앞 벤치에서 다리쉼을 합니다.

이번 여행은 무리하지 말자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일정이 또 분주해졌군요.

둘 다 성격이 급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탓이겠지요.

 

 

 광장에는 음악분수와 더불어 거북선 모형, 그리고 이순신장군의 문구를 새긴 비석이 보입니다.

 '若無湖南是無國家'라는 이순신장군의 문구를 바라보면서 잠깐 생각해 봅니다.

국난에 처했을 때 과연 자신의 몸을 바쳐 국가를 지킬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러시아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우크라니아 국민들이 대단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지구상에서 전쟁이 사라져야겠지요.

전쟁광을 지도자로 둔 나라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합니다.

 

 오동도를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오후 3시 30분경이니 호텔을 찾아가기에는 좀 이르지요.

근처 벽화마을을 찾아갈까 물으니 친구는 여수관광지도를 보고는 만성리 검은모래 해변을 가 보자고 합니다.

저도 검은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을 본 적이 없으니 찬성입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노점상들이 많습니다.

신명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다시피 온몸을 흔들며 장사를 하는 분도 계시네요.

이런 것도 구경거리이지요.

지나가며 보니 어묵집이 눈길을 끌더군요.

가만히 보니 큼지막한 대게 여러 마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햐! 국물맛이 '끝내줄' 것 같습니다.

고급 어묵탕이 되겠군요.

현지는 역시 다르구나 싶습니다.

 

 

 멀리 여수 엑스포 기념물이 보이고 여수 세계엑스포를 열었던 건물도 보이네요.

빨간색과 노란색의 등대도 보이고요.

노란 등대는 별로 본 적이 없는데 눈에 띄네요.

흰색 등대는 왼쪽에 위험물이 있으니 오른쪽으로 가라는 의미이고, 빨간등대는 오른쪽을 피해 왼쪽으로 가라는 뜻이랍니다.

간혹 보이는 노란 등대는 등대 주변에 암초 등의 위험물이 있으니 피해 가라는 의미라고 하는군요.

다음부터는 의미를 생각하며 보아야겠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