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국립산림치유원에서 (2)
K형!
여기는 예천입니다.
졸지에 영주에서 예천으로 넘어왔군요.
예천 국립산림치유원 문필마을로 온 것이지요.
주차를 하고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문필마을 입구에서 보는 풍경은 주치마을보다 정리가 덜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직 완전히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문을 열었나 봅니다.
자세히 보니 길을 안내하는 리본이 달려 있군요.
누가 달아 놓았는지 모르지만 그 리본을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끊길 듯 이어지는 길에 리본이 달려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지 사람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네요.
우렁찬 물소리가 들립니다.
산이 깊으니 당연히 계곡도 깊겠지요.
계곡 물소리를 벗삼아 걷는 길입니다.
다행히 비는 그쳤는데 발에 스치는 풀잎이 발까지 적셔 놓네요.
계곡을 건너가니 지압장이 나옵니다.
맨발로 걸으며 지압을 하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지요.
동그랗고 하얀 돌멩이가 깔려 있는데 간간이 나뭇잎이 떨어져 자연스런 무늬를 만들었군요.
지압을 하면 혈액 순환에 좋겠지만 비가 내려 젖었으니 그냥 통과합니다.
숲이 점점 깊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친구는 주치마을 데크길보다 여기가 자연친화적이라 더 좋다고 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덜 간 것이지요.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온통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물소리뿐인 길입니다.
어제 소백산자락길에 이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길이군요.
한동안 흙길이 이어집니다.
'문드래미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입니다.
'문드래미'는 무슨 의미일까요?
지난 밤 비로 촉촉해진 낙엽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은 아직 여름이라고 말하는데 바닥을 보면 가을 느낌이 제대로 나는 걸요.
그렇게 약간 오르락내리락 경사가 있는 산길을 걸어갑니다.
제대로 등산을 하는 것 같군요.
그러다가 완전히 데크가 깔린 길로 이어지네요.
무장애길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여기가 문필 데크로드이겠군요.
잠깐 쉬어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초입에만 있고 걷는 동안에는 벤치를 못 본 것 같습니다.
앉을 데가 마땅히 없네요.
물론 벤치가 있다고 해도 축축해서 이용하기 쉽지는 않겠지만요.
하는 수 없이 서서 가져온 과일도 먹고, 양갱도 먹고, 물도 마십니다.
그 동안 안개는 두툼해졌다 사라졌다 숨바꼭질을 하며 놉니다.
날씨 덕분에 풍광이 수시로 바뀌어 화면처럼 흘러가고 있네요.
갈림길입니다.
문필마을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잠깐 내려가 보니 바로 포장도로가 나옵니다.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았으니 조금 더 걷자고 하면서 데크길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 동안 보이던 빨간 리본에 노란 리본이 하나 추가되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빨간색 리본은 1만보길, 노란색 리본은 5천보길.
선명한 색의 대비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가만히 보니 산림치유원에서 매달아 놓은 것이었네요.
가볍게 걸으려면 이 리본을 따라 걸으면 되겠다 싶습니다.
1만보길, 5천보길.
이상한 국적불명의 이름보다 평이하면서 좋지 않은가요?
이제 순한 문필 데크로드를 따라 걷습니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여러 번 돌려 놓았군요.
여기도 해발고도가 제법 높고 경사가 심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데크길 중간에는 전망대를 마련해 놓았네요.
마을길로 내려섰습니다.
안개가 깨끗이 씻어 놓아서 그런지 마을이 유난히 말끔해 보입니다.
건너편에 식당과 소통방 등 편의시설이 보이는군요.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차량도 줄지어 서 있습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굉장히 급경사길이군요.
데크길도 한참 돌아내려왔는데 도대체 여기는 얼마나 높이 있는 걸까요?
물기 있는 도로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끝에 힘을 줍니다.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더니 해발고도가 500m를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도 산 하나를 넘은 셈인가요?
찾아보면 걷는 길이 더 있겠지만 이미 12시를 넘겼습니다.
그만 걷기로 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계곡을 따라 조금 내려가 봅니다.
계곡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침대형 벤치를 바라보며 날씨 좋은 날 해바라기를 해도 좋겠고,
'물멍'을 하기도 좋겠구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변이 좀 어수선합니다.
꽃씨를 뿌리려고 파헤쳐 놓은 곳도 보이고, 나무를 심으려고 파 놓은 구덩이도 보이네요.
다음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그때는 문필마을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손님을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는 마을 이름을 따온 문필봉까지 가 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며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