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무섬마을을 돌아보고 (1)
K형!
간단히 점심을 먹고 무섬마을로 향합니다.
무섬마을이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어서인지 설레입니다.
물론 가을이 한창인 10월 황금연휴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까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이럴 때는 지금 우리가 코로나 19와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됩니다.
무섬마을은 안동 하회마을처럼 물이 돌아나가는 전통마을입니다.
내성천과 서천이 만나 산과 물이 태극 모양으로 돌아나가는 형세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고 하여 '무섬'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삼면이 물인데다 뒤쪽은 산으로 막혀 마을이 섬처럼 고립이 되다시피 했다지요.
외나무다리를 통해 사람들이 다녔다니 얼마나 불편했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지금은 다른 다리가 놓이고 차도 들어가지만 그 외나무다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지요.
무섬마을에는 마을 입향조인 반남박씨와 인척인 선성김씨 두 성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수백년의 역사와 전통이 오롯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무섬마을은 마을 전체가 문화재이지만 대표적으로 만죽재와 해우당 등이 경북민속자료로 지정이 되었다고 하지요.
지금은 살던 사람들이 떠난 빈 집도 있는데 그래도 아직 많은 집들이 고택 체험이나 식당을 운영하면서 유지하고 있나 봅니다.
이런 마을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무섬마을에는 네 가지가 없다고 합니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텃밭 정도이지 '農土'가 없고,
풍수지리를 따져 '우물'을 파지 않고 강변에 구덩이를 파고 고인 깨끗한 물을 마셨답니다.
셋째로 마을 사람들 모두 친인척이므로 '담장과 대문'이 없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수해가 잦으므로 '사당'을 두지 않고 감실을 두었다고 합니다.
무섬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겨우 교행이 가능한 수도교를 건너자 차가 줄을 섰습니다.
차로 마을까지 들어갔는데 주차를 할 곳도 마땅치 않고 나중에 돌아나오기도 어려울 것 같아 주차장을 찾아 봅니다.
마을과 좀 떨어진 곳에 임시주차장이 있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잡해도 마을 골목에 주차를 하더군요.
우리는 마음 편하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 마을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무섬마을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 마을과 외나무다리를 잘 볼 수 있다고 누군가 인터넷에 올려 놓았더군요.
사실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고 해도 주로 먹을거리가 있는 곳이나 외나무다리 근처이지요.
우리는 일단 내성천 너머에서 마을을 조망하고 무섬마을 둘레길을 따라 걷습니다.
중간중간 전망 좋은 곳에서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모래톱에 파라솔을 펼쳐놓고 편히 쉬는 가족들도 보이고, 낮은 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며 노는 어린아이도 보입니다.
강변 모래사장이 넓고, 물이 맑고, 수심이 낮으니 사람들이 놀고 쉬기에 안성맞춤이군요.
그 광경을 보면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상상만 해도 평화롭지 않은가요?
외나무다리 가까이 가자 시를 적어 놓은 것이 곳곳에 보입니다.
나희덕 시인의 시 '어느 봄날'이 눈길을 끄네요.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 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둘레길을 걸어서 외나무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를 행여 떨어질세라 조심조심 건넙니다.
조금 걸어가니 물살이 세어졌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강물을 보니 잠깐 어지럼증이 느껴지네요.
겨우 중심을 잡고 건너편을 향해 걸어갑니다.
우리가 막 다리에 올라섰을 때는 외나무다리에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불어났습니다.
交行이 불가능해 중간중간 비켜서 있는 곳을 만들어 놓았는데 공간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서너 명이 몸을 비비고 겨우 서 있을 공간이지요.
난감해졌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강바닥으로 내려섰습니다.
물론 등산화를 양손에 벗어 들고 말이지요.
날씨가 좋아 물이 차지도 않고, 깊이도 아주 얕아 발목까지만 물이 올라오네요.
맑은 강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의 감촉을 느껴봅니다.
여름 산에서 탁족을 할 때 외에 별로 그럴 일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발이 좋다고 깔깔거리는 듯합니다.
송사리라도 있어 발을 간질이나요?
소백산자락길에서 혹사 당한 발이 호강하는 시간이군요.
겨우 외나무다리를 지나 마을로 들어섭니다.
10월임에도 한낮 기온은 30도 가까이 가는 모양입니다.
무척 덥군요.
때마침 마을 초입에서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바가 유혹을 합니다.
줄을 서다시피 해서 하나씩 입에 물고 근처 벤치를 찾아 갑니다.
오늘 부지런히 돌아 '죽령 옛길'까지 가자는 친구 계획은 물 건너 보내기로 합니다.
대신 여유를 갖고 쉬엄쉬엄 걷고 즐기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