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선비촌에서
K형!
이번에는 죽계교를 건너 선비촌으로 향합니다.
선비촌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생활하던 곳을 재현한 곳이지요.
선비촌에서는 한옥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릴 적에 한옥에서 산 저는 불편해서 사양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특별한 체험이 될 수도 있겠지요.
선비촌 안내문에 소수서원에 모신 안향 선생과 조선의 기틀을 만든 정도전이 영주 출신이라고 나옵니다.
오래 전부터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었다는 걸 알 수 있군요.
선비촌으로 가니 당연히 한옥에 눈에 들어옵니다.
최근 다시 지은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사대부 한옥을 옮겨 놓은 것이네요.
그래서인지 대부분 집 앞에 누가 살았던 집인지 알려주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내로라 하는 사대부 집안을 보는 느낌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집의 크기에 따라 어떤 집안인지 알 수가 있군요.
집안에 사당이 모셔져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집은 크기도 크지만 宗家일 겁니다.
지나다 보니 인동장씨 종택임를 알리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조선시대 숙종의 후궁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문화에 여러 번 등장했던 장희빈이 인동 장씨라고 하지요.
규모가 큰 집은 대부분 ㅁ자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ㅁ자 가옥은 조선시대 중기 영남지방의 가옥 형태라고 하네요.
영덕 괴시리 전통마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집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집은 대개 돌을 쌓고 그 위에 지었군요.
습도를 피하기 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짐작을 해 봅니다.
집 안에 농기구를 보관하던 헛간도 있고, 소를 키우던 외양간도 보입니다.
소를 키웠다는 건 꽤 잘 살았다는 말이겠지요.
장독대에 항아리가 많은 집도 잘 사는 집이었을 것 같고요.
반대로 초가집에는 안내문도 없고 ㅡ자형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속건물도 없지요.
영세한 빈농이나 사대부 집안 소작을 하던 사람, 또는 머슴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살았던 집 아닐까 싶네요.
설렁설렁 걸으면서 보니 초가집 담장 너머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이고 있군요.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소슬한 바람, 깨끗이 쓸어 놓은 고샅길, 고샅길을 따라 이어진 기와집 담장...
담장 안에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 그리고 갖가지 모양을 한 굴뚝, 여물통...
어디선가 '누렁이' 한 마리 꼬리를 흔들며 나타날 것 같지 않은가요?
이런 것을 보면 제가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금방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자꾸 발길을 붙잡는 것들이 푸근하고 정겹네요.
새벽같이 설치고 집에서 나와서인지 아직 점심 시간 전인데도 출출합니다.
저잣거리에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주차한 곳으로 다시 이동합니다.
근처에서는 순흥전통묵집이 유명하지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그곳으로 가기로 합니다.
슨흥전통묵집에는 메뉴가 묵밥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사람 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묵밥의 수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이나 주문받는 분이나 편하겠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메밀묵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여기 메밀묵밥은 맛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파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사실 예전에 메밀은 구황식품이었는데 현대에 들어서면서 몸에 좋은 음식으로 떠올라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지요.
요즘에는 메밀묵, 메밀국수, 메밀전에 메밀전병 등 메밀만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도 꽤 있습니다.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 비웠습니다.
그런데 탄수화물로만 배를 채워서 그런지 배는 부른데도 무언가 허전하네요.
전에는 두부 부침도 함께 했었다는데 인건비 탓인지 안 한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저녁을 잘 먹어야겠다고 친구와 마주 보고 웃습니다.